한자 태(泰)는 사람이 물에 몸을 담그고 편안하게 누워 있는 모습이다. 태평하다는 의미가 크다는 뜻에 앞선다. 태평은 개인의 안녕(安寧)과 영달(榮達), 국가의 평화와 번영을 모두 포함한다. 태평은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주역(周易)』의 태괘(泰卦)가 그 방법을 알려준다.
“태평은 작은 것이 가고 큰 것이 오면 이뤄진다(泰小往大來吉亨)/ 말 여물과 억센 풀을 뽑아 엮어 두면 비상시에 길하다(拔茅茹以其彙征吉)/ 작은 나룻배로 거친 물살을 건너도 친구를 멀리하거나 잊지 않는다면 나아가는 중에 존경을 받는다(包荒用馮河 不遐遺朋亡 得尙于中行)/ 비탈 없는 평지는 없고 돌아오지 않는 떠남은 없다. 고난이 오래더라도 허물이 없다면 걱정하지 말라. 그런 믿음이 있으면 먹고사는 삶에 복이 있다(無平不陂 無往不復 艱貞無咎 勿恤 其孚于食有福)/ 높이 나는 새들처럼 부유하지 않아도 이웃과 믿음이 있어 경계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태평이다(翩翩不富 以其隣不戒以孚)/ (외교적 보험으로) 누이를 왕에게 시집 보냄은 길함의 근본이다(帝乙歸妹 以祉元吉)/ 성의 해자가 함락되어도 군사를 부릴 수 없다면 고향에 도움을 청하더라도 끝내 어려움을 겪게 된다(城復于隍 勿用師 自邑告命貞吝).”
쉽게 풀이하면 미리 대비하고 의리를 잊지 말며 욕심을 버리고 이웃을 믿으며 헤지(위험 대비) 전략을 마련해야 ‘태평이 이뤄진다(開泰)’는 말이다. 삼양개태(三羊開泰)는 양띠 해의 신년 덕담이다. 삼양개태(三陽開泰)에서 나왔다. 양(羊)이 양(陽)과 발음이 같아서다. 주역의 태괘는 하늘(·陽)이 땅(·陰) 아래에 놓인다. 양(陽)의 효(爻)가 3개 있는 괘여서 삼양(三陽)이다. 삼양은 겨울이 물러가고 봄이 시작되는 시절을 말한다. 삼양개태는 만물이 깨어나는 시절에 태평을 이룬다는 뜻이다.
양은 시비와 선악을 판단하는 상상의 동물 해태(獬廌)를 닮았다. 고대에 신(神)의 판단을 구하거나 재판을 할 때 양을 중요한 제물로 쓴 이유다. 한자 양(羊)은 양을 앞에서 바라본 상형자다. 자세할 상(詳)은 심리 과정에서 원고와 피고의 주장을 자세히 듣는 데서 나왔다. 상서로울 상(祥)은 양을 제물로 길흉을 점치는 신판(神判)에서 나왔다.
새해는 을미(乙未)년 청양(靑羊)의 해다. 태의 괘처럼 모두가 태평하고, 옳고 그름이 바르게 가려지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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