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특사가 지난달 14일 중국 베이징(北京)의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5분간 약식 접견했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이를 안부 접견의 의미를 담은 ‘한훤(寒暄) 회동’이라고 소개했다.
한훤의 글자 뜻은 ‘춥고 따뜻함’이다. 문안과 접대의 의미를 담고 있다. 처음 만났을 때 날씨를 묻는 등의 상투적인 인사말이 한훤어(語)다.
한훤은 문안 외의 함의도 여럿이다. 우선 글자 그대로 춥고 따뜻하다는 뜻이다. 당(唐) 시인 백거이(白居易)는 시 『동화(桐花)』에서 ‘흙 기운이 차갑고 따뜻함을 넘나들면 하늘도 때를 맞춰 꽃을 피우고 떨구는구나(地氣反寒暄, 天時倒生殺)’라고 노래했다. 나이란 뜻도 있다. 남조(南朝) 학자 서릉(徐陵)은 ‘홀로 강바람을 쏘이다 보니 세월을 재촉해 나이만 쌓였구나(自徘徊河朔 積寒暄)’라고 한탄했다.
한훤의 종류도 다양하다. 우선 관계맺기형(型)이다. 서로의 유사성을 찾아내 이를 수단 삼아 접근하는 방법이다. 취미·고향·출신학교 등 수단은 다양하다. 다음은 배려형이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살펴 티를 내지 않고 상대방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방식이다.
한훤에도 요령이 있다. 우선 자연스럽고 상황에 맞아야 한다. 둘째, 동질감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진지하고 열정적인 태도와 언어, 그리고 표정을 유지해야 한다. 상대방의 한훤어에 따뜻하고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새 대통령은 앞으로 만날 사람이 많다. 미국 대통령과 중국 주석, 일본 총리와 러시아 대통령 등 주변 4강의 지도자는 물론이고, 유엔 사무총장과 유럽의 정상들과도 회동해야 한다. 국내 정치 지도자, 각 단체 대표 등 한둘이 아니다. 이때 치밀하게 준비된 한훤 한마디가 백 번 꼬인 매듭을 푸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세절(細切)』편에서 소개했던 노자(老子)의 말을 한 번 더 인용한다.
‘큰 일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어려운 일은 쉬운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大事必作于細 難事必作于易)’. 새 대통령의 건투를 빈다.
진세근
서경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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