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이웃이 집 앞 대추 따 가도록 내버려둔 건 양식도 자식도 없는 아낙이라서였네 궁핍하지 않았다면 굳이 그랬을까 맘 졸일 걸 생각한다면 더 살갑게 대해줘야지 타지에서 온 그대를 경계하진 않겠지만 울타리까지 쳐둔 건 좀 심하지 않나 세금 바치느라 빈털터리 되었다고 하소연했으니 이 전란에 나조차 눈물이 쏟아진다네
집 뜨락에 대추나무 몇 그루가 있었는데 가을이면 대추가 주렁주렁 열렸다. 후일 두보는 이 초가를 먼 친척조카 오랑(吳郞)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수십 리 떨어진 곳에 따로 초가를 하나 마련했다.
한번은 두보가 이 옛집에 들러보니 뜻밖에도 집 주변에 울타리가 쳐져 있어 깜짝 놀랐다. 마침 오랑의 아내가 혼자 집을 지키고 있기에 두보가 오랑에게 쪽지를 남겼는데 바로 이 시다.
이웃 아낙이 왜 창피를 무릅쓰고 남의 집 대추를 따러 오겠는가. 내 진작부터 그녀에게 얼마든지 따 가라 했네. 그녀가 낯선 그대에게 경계심을 갖는 건 공연한 걱정이라 쳐도 엉성하게나마 울타리를 쳐놓았으니 그녀가 오죽이나 맘 졸였을까.
이 전란의 시대에 고달픈 삶을 사는 이가 어찌 그녀 하나뿐이랴는 생각에 나도 마냥 눈물이 흐른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