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식의 한시한수

나라님에게[이준식의 한시 한 수]〈62〉

bindol 2020. 9. 2. 15:14

詠田家 / 聶夷中(농가를 읊다)

 

二月賣新絲 이월매신사
五月糶新穀 오월조신곡
醫得眼前瘡 의득안전창
剜却心頭肉 완각심두육
我願君王心 아원군왕심
化作光明燭 화작광명촉
不照綺羅筵 부조기라연
遍照逃亡屋 편조도망옥

 

2월에 새 명주실을 팔고
5월에 햇곡식을 팔아버리니
눈앞의 종기는 치료될지언정
마음속 살점을 도려낸 꼴
바라노니 군주의 마음
광명의 촛불이 되어
비단옷 화려한 연회장일랑 비추지 말고
도망 다니는 백성들 빈집이나 비춰주시길

 

 


시인은 이를 종기 고치자고 제 속살을 파서 메우는 꼴이라 비유했다.
쪼들리는 생활에 저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입도선매’하거나
빚과 세금을 피해 도망 다니기도 했을 것이다.


나라님이 편당(偏黨) 없이 백성을 보듬어 줬으면 하는 시인의 바람.
소망이라기보다 나라님과 저 화려한 연회장을 채운 이들의
자기반성을 촉구하는 성토라 하겠다.


농촌사회를 대변하는 온기 그득한 시와 귀족의 무능을 질타하는
풍자시를 적지 않게 남긴 섭이중. 물정 모르는 귀족 자제에 대해
뜰 가득 꽃나무 심어놓으니 화려한 집안 곳곳에 꽃들이 만발.


꽃나무 아래 벼 이삭이 자라났건만,
저들은 그걸 잡초라고 뽑아버리네라 비꼬았고,
관리의 가렴주구를 겨냥해서는 아버진 산 위에서 밭을 일구고
아들은 산 아래서 황무지 개간. 6월이라 이삭이 패지도 않았는데
관청에선 벌써 창고를 짓고 있다”라 했다.


완육의창(완肉醫瘡·살을 도려 종기를 치료한다)’이라는 성어가 이 시에서 유래했다.
뒷일을 고려하지 않고 임시방편으로 대충 처리한다는 뜻이다.


-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