詠田家 / 聶夷中(농가를 읊다)
二月賣新絲 이월매신사 五月糶新穀 오월조신곡 醫得眼前瘡 의득안전창 剜却心頭肉 완각심두육 我願君王心 아원군왕심 化作光明燭 화작광명촉 不照綺羅筵 부조기라연 遍照逃亡屋 편조도망옥
2월에 새 명주실을 팔고 5월에 햇곡식을 팔아버리니 눈앞의 종기는 치료될지언정 마음속 살점을 도려낸 꼴 바라노니 군주의 마음 광명의 촛불이 되어 비단옷 화려한 연회장일랑 비추지 말고 도망 다니는 백성들 빈집이나 비춰주시길
시인은 이를 종기 고치자고 제 속살을 파서 메우는 꼴이라 비유했다. 쪼들리는 생활에 저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입도선매’하거나 빚과 세금을 피해 도망 다니기도 했을 것이다.
나라님이 편당(偏黨) 없이 백성을 보듬어 줬으면 하는 시인의 바람. 소망이라기보다 나라님과 저 화려한 연회장을 채운 이들의 자기반성을 촉구하는 성토라 하겠다.
농촌사회를 대변하는 온기 그득한 시와 귀족의 무능을 질타하는 풍자시를 적지 않게 남긴 섭이중. 물정 모르는 귀족 자제에 대해 뜰 가득 꽃나무 심어놓으니 화려한 집안 곳곳에 꽃들이 만발.
꽃나무 아래 벼 이삭이 자라났건만, 저들은 그걸 잡초라고 뽑아버리네라 비꼬았고, 관리의 가렴주구를 겨냥해서는 아버진 산 위에서 밭을 일구고 아들은 산 아래서 황무지 개간. 6월이라 이삭이 패지도 않았는데 관청에선 벌써 창고를 짓고 있다”라 했다.
완육의창(완肉醫瘡·살을 도려 종기를 치료한다)’이라는 성어가 이 시에서 유래했다. 뒷일을 고려하지 않고 임시방편으로 대충 처리한다는 뜻이다.
-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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