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전기 사림의 영수로 알려진 김종직(金宗直·1431∼1492)은 경상도 함양(咸陽)의 군수로 있던 1471년 가을 벗들과 지리산을 유람했습니다. 천왕봉을 오르는 도중 의탄 마을이라는 곳에 도착해 이런 시를 지었습니다. 540년도 더 지난 오늘날도 지리산 기슭에 두면 어울릴 듯한 풍경이기에 눈길을 끄는 반가운 작품입니다.
늙은 농부가 가을걷이를 한 후 볏단을 정리하여 차곡차곡 쌓아올려 놓으니 초가지붕보다 높다랗습니다. 시골에서는 아이도 그냥 놀 수 없으니, 송아지 키우는 일은 아이들 몫입니다. 아이가 무슨 딴짓을 하느라 한눈을 판 탓에 송아지가 아직 거두지 않은 밭으로 들어갔습니다. 농부는 놀라 아이에게 고함을 칩니다. 이럴 때면 아낙네들은 마루에 모여 앉아 감을 깎아 곶감을 만듭니다. 곶감은 처마에 주렁주렁 매달고, 껍질은 광주리에 담아 개울가 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바위 위에 말립니다. 말린 감 껍질조차 한겨울 맛난 먹을거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여름철 큰물이 졌을 때 부서진 나무다리 저편으로 붉은 저녁 햇살이 비스듬히 비칩니다. 잊고 있던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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