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別曲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08] 가사와 바리때

bindol 2020. 9. 25. 04:41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석가모니(釋迦牟尼)의 가르침이 중국 땅에 전해져 화려한 선종(禪宗)의 불교로 발전한 사실은 엄연하다. 중국 선종불교의 그 법맥(法脈)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중국만의 독특한 문화현상 중 하나는 ‘의발(衣鉢)’이라는 단어에서 영근다.

이 의발은 불법(佛法)을 닦는 고행자나 수도승들의 ‘의복’인 가사(袈裟), ‘밥그릇’이라고 풀어도 좋을 발우(鉢盂)를 가리킨다. 그냥 보면 ‘가사와 바리때’의 새김이지만 단어가 지닌 함의는 결코 범상치 않다.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전하러 동쪽으로 온 이는 달마(達磨)다. 중국 불교의 가장 특별한 흐름인 선종의 1대 조사(祖師)다. 그를 이은 2대 조사는 혜가(慧可)다. 의지를 시험코자 했던 달마 앞에서 제 팔을 자른 기개의 소유자였다.

테스트에 합격한 혜가는 달마에게서 그가 입고 사용하던 가사와 바리때를 물려받는다. 거기에서 생겨난 흐름이 바로 이 의발로써 도통(道統)과 법통(法統)을 계승했다고 내세우는 현상이다. 중국에서는 보통 의발상전(衣鉢相傳)이라고 적어 ‘가르침이 스승과 제자를 통해 이어짐’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풀이다. ‘의발’은 사람이나 집단, 큰 사회의 정당성 문제를 묻는 심각함이 서려 있는 단어다. 혈연으로 따지면 핏줄을 제대로 이은 적통(嫡統)에 닿고, 정치로 따지면 합법적 지위를 헤아리는 정통(正統)의 시비에도 이른다.

중국에는 그런 정통성을 따지는 문화가 아주 역연하다. 현재의 중국을 통치하는 공산당 또한 이 문제에 관해서는 매우 민감하다. 그런 중국의 최고 통치자 직함을 미국이 교묘히 건드리고 있다. 미 국무부는 최근 시진핑(習近平)을 국가주석[President]으로 부르는 대신 공산당 총서기[General secretary]로 호칭하기 시작했다. 중국 공산당의 정통성에 시비를 걸려는 의도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어느새 여기까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