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왕(君王)이 죽으면 능(陵)에 묻히지만, 최고 권력자였던 까닭에 사후(死後)에도 힘을 뽐낸다. 유력한 가문(家門)들을 그 주변에 끌어와 살게 해서다. 따라서 제왕(帝王)의 능 인근에는 고급 타운인 능읍(陵邑)이 들어섰다. 오릉소년(五陵少年)이라는 성어가 만들어진 토대다. 한(漢)나라 때 조성한 황제의 다섯 능인 오릉(五陵)에 서성거렸던 소년들이다. 임금의 능묘 주변에 몰려들어 살았던 ‘잘나가는 집안의 청년’들이다.
이들은 제 가문의 권세를 믿고 방탕한 생활을 일삼았던 청소년들이다. 요즘도 이 말은 집안 배경은 좋으나 비뚤어진 생활을 영위하는 젊은이의 지칭으로 쓴다. 환고자제(紈袴子弟)도 비슷하다. 흰 비단[紈] 바지[袴]를 입은 부잣집 자식들이다. 역시 사치스러운 생활을 이어가는 부유한 집안 후대(後代)다. 부모 세대의 영화를 이어받아 승승장구하는 2세를 요즘 중국에선 이대(二代)라고 적는다. 중국을 통치하는 공산당의 원로 자제는 홍이대(紅二代), 높은 지위에 올랐던 관료의 자식은 관이대(官二代), 재력을 이은 경우는 부이대(富二代)라고 표기하는 식이다.
지금 중국의 최고 권력자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아버지가 당의 원로였던 ‘홍이대’의 대표 주자다. ‘태자당(太子黨)’이라고도 하는 이 공산당 2세 그룹은 사실상 현대 중국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권력의 독점과 부패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만은 않다. 역대 왕조 흥망(興亡)의 고비를 갈랐던 집단이 이 2세들이다. 수성(守成)과 혁신(革新)의 갈림길에 서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강력한 권력 집중으로 ‘수성’에 골몰하는 분위기다. 제도의 ‘혁신’에는 관심이 적다. 요즘은 지나친 대외 확장으로 미국의 심각한 견제에 직면했다. 많은 왕조가 창업 뒤 2세에 이르러 큰 고비를 맞는다는 ‘이대위기(二代危機)’라는 역사 현상에서 공산당은 얼마나 무탈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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