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어(成語) 중에는 알고 보면 제법 심각한 내용이 많다. 사느냐, 죽느냐를 다투는 전쟁터에서 길러진 말이기 때문이다. 글 쓰는 법을 익히는 이에게 선생 등이 자주 일깨우는 수미상응(首尾相應)이 우선 그렇다. 이 성어는 글을 쓸 때 앞부분[首]과 뒷부분[尾]이 서로 잘 호응해야[相應]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실은 군대가 전투를 수행할 때 대열 전체를 유기적으로 잘 이끌어 싸워야 한다는 싸움터 경험에서 유래했다.
적과 싸워 이기려면 겉만 잘나서도 곤란하다. 말단의 세밀한 부분까지 잘 거둬야 한다. 앞만 번지르르하고 뒤는 흐지부지한 일은 그래서 경계 대상이다. 우리는 보통 이런 현상을 용두사미(龍頭蛇尾)라고 적는다. 그래서 일의 시작도 중요하지만, 끝맺음 또한 깔끔해야 한다는 충고(忠告)가 퍽 많다. 유시유종(有始有終)이 대표적이다. 머리를 드는 ‘기두(起頭)’와 함께 꼬리를 거두는 ‘수미(收尾)’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지 못하면 시작은 있되 마감이 없는 유시무종(有始無終)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빈틈없이 일을 처리하라는 철두철미(徹頭徹尾) 또한 같은 맥락이다. 시종여일(始終如一)이라는 성어도 그렇고, 마지막까지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라는 메시지의 철저(徹底)라는 단어도 그렇다. 현대 중국의 뉴스를 자주 장식하는 유행어 하나는 난미(爛尾)다. 꼬리 부분이 썩어 문드러진 상태를 일컫는 단어다. 가리키는 대상은 짓다가 만 아파트, 세우다가 멈춘 ‘귀신 도시(鬼城)’ 등이다. 상업적 투기(投機)와 개발 차익을 노린 지방 관료의 부패가 그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이 말은 또 시작은 있으나 끝이 없는 문화적 현상 전체를 가리키기도 한다. 많은 충고가 쏟아졌음에도 ‘시작과 끝’의 유기적 호응이 아직도 잘 이뤄지지 않으니 이 또한 중국의 특별한 현상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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