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영어 6/29disrupt의 원래 뜻은 ‘파괴하다’다. 그다지 좋은 느낌을 주는 단어는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disrupt의 뜻은 상당히 달라졌다. 기술(technology)이나 산업(industry)에 관련된 이야기일 경우 긍정적인 의미일 가능성이 크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혁신적인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기존의 질서에 변화를 가져온다는 맥락에서 쓰이는 말이 바로 disrupt다. DVD 우편배달 서비스로 시작해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발전한 넷플릭스가 대표적인 예다.
disrupt의 형용사형인 disruptive, 명사형인 disruption, 그리고 파괴자라는 뜻의 disrupter와 disruptor 모두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미국 경제전문채널 CNBC는 매년 혁신 기업 50곳을 뽑는 이벤트를 하는데 그 이름이 바로 ‘CNBC Disruptor 50’다.
disrupt가 이런 의미로 쓰이기 시작한 건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클레이턴 크리스턴슨(Clayton M. Christensen)이 1995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Disruptive Technologies: Catching the Wave’를 발표하면서다. 그는 2003년 저서 『The Innovator’s Solution』에서 disruptive innovation(파괴적 혁신)이라는 용어를 선보이며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disrupt는 전 산업 분야에 걸쳐 급격한 변화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메리엄 웹스터 사전에서는 ‘주목할 만한 단어(Words We’re Watching)’로 disrupt를 꼽으면서 비즈니스와 테크놀로지 분야에서 나타난 가장 최근의 (언어적) 발전 사례이며 그 의미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아닐 때는 disrupt가 ‘파괴하다’는 본래 의미로 사용된다. ‘They used physical force to disrupt construction’은 ‘그들은 건설 현장을 파괴하기 위해 물리적 힘을 사용했다’는 의미다.
코리아중앙데일리 박혜민, Jim Bulley 기자 park.hy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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