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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용의 시시각각] 박봉 공기업의 억대 연봉 낙하산[출처: 중앙일보]

bindol 2020. 11. 2. 06:48

손해용 기자

손해용 경제에디터

 

 

공공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의 100% 자회사인 ‘KS드림’의 초대 사장 김남수 대표. 그는 2018년 임명될 때부터 ‘낙하산’ 논란을 빚었다. 한국야쿠르트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비서관을 지낸 인물이다. 결혼식을 올릴 때 노 대통령이 주례를 설 정도로 친분이 두터웠다. 문제는 그가 굵직한 ‘흑역사’를 남겼다는 점이다. 2006년 정부의 ‘공직자 골프 금지령’이 발표되고 불과 수일 만에 대기업 임원과 골프를 친 사실이 문제가 돼 비서관에서 물러났다. 몇 달 뒤 한국전기안전공사 감사 자리를 꿰찼지만, 근무시간에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내부 진정이 제기돼 9개월 만에 또 사표를 냈다.

잇단 잡음·논란에도 대표 연임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
헌신짝 된 “낙하산 근절” 약속

이후 별다른 일을 맡지 않았는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연봉 1억8000만원(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실 자료, 지난해 기준, 성과급 포함)을 받는 KS드림 사장 자리에 앉은 것이다. KS드림은 예탁결제원 경비·환경미화원 등의 정규직화를 위해 만든 자회사인지라 직원 평균연봉은 김 대표의 5분의 1인 3600만원에 불과하다.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에 당시 예탁결제원은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김 대표는 2년 임기를 다 채운 뒤 올해 7월 연임에 성공했다. 유의동 의원은 “김 대표는 고급 승용차에 법인카드까지 펑펑 쓰면서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도 업무차량 운행 일지, 하이패스 기록 등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낙하산이 잡음을 일으킨 김 대표와 같은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337개 공공기관 및 정부 산하기관의 현직 임원 2727명 가운데 여권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이른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가 전체의 17.1%인 466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기관장은 108명으로, 공공기관 세 곳 중 한 곳꼴(32%)이다. 임명 과정이 허술하다 보니 한 사람이 무려 세 곳의 공공기관 임원으로 ‘겹치기’ 등재되는 경우도 나왔다. 입사지원서도 내지 않은 인사가 상임감사에 선임되는 황당한 사례도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공공기관 임원 자리를 ‘정권 전리품’으로 여기는 행태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있었던 관행을 왜 문제 삼느냐고 변명할 수 있겠다. 하지만 과거 “관치는 독극물”이라며 낙하산 악습을 비판하던 사람들이 정권을 잡자 낙하산 부대를 내려보내는 것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낙하산 인사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국가·국민에게 타격을 준다. 우선 국민의 재산상 손해를 초래한다. 함량 미달의 낙하산 기관장은 반대하는 노조를 달래기 위해 복리후생을 늘린다. 부채가 수백조원에 이르는데도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무리하게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비효율과 방만 경영이 초래되는 배경이다. 이는 공공요금 인상, 세금 증가 등으로 국민에게 전가된다.

둘째, 공공 서비스의 질이 나빠진다. 공기업은 더 값싸게 더 나은 혜택을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낙하산은 해당 분야의 전문성은 물론 경영능력이 떨어진다. 자리 보전을 위해 정치권 눈치를 보거나, 임기 도중 선거판으로 달려가는 경우가 많다 보니 책임경영이 어렵다. 결국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투자가 미뤄지면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쉽지 않다.

셋째, 국가의 신뢰 기반을 무너뜨린다. 낙하산이 만연하면 열심히 해당 분야에서 경험·지식을 쌓는 것보다 권력에 줄 대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확산한다. 공평한 기회를 빼앗고 공정 경쟁의 원칙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겠다는 꿈이 막힌 해당 기업 젊은 직원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더욱 크다.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악폐는 여기서 싹튼다.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했던 공공기관 낙하산을 근절하겠다던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그래도 이전 정부에선 비판을 받으면 여론에 귀 기울이는 척이라도 했다. 그러나 문 정부는 그런 시늉조차 하지 않는다.

손해용 경제에디터



[출처: 중앙일보] [손해용의 시시각각] 박봉 공기업의 억대 연봉 낙하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