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남도 함흥 출신인 아버지는 6⋅25전쟁에 참전했던 이야기를 곧잘 하셨다. 이남 출신 군인들이 아버지 사투리를 자주 놀렸다고 했다. 누군가 아버지를 부르면 관등 성명 대신 “어째 그러오!”가 튀어나와 그때마다 사람들이 웃었다. 누가 뭘 먹어 보라기에 “일 없소” 했다가 오해를 받기도 했다. 경상도 출신에게 “그게 무시기요?”라고 물었더니 “무시기가 뭐꼬?” 하기에 “뭐꼬가 무시기요?”라고 되물었다는 시절이다.
▶양파 값이 폭락해 수확을 포기하고 갈아엎는 전남 무안 양파 밭에 취재하러 간 적이 있다. 밭에 씌워놓은 비닐까지 함께 갈아엎고 있기에 “비닐은 걷어내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것도 다 돈이 들어서 그냥 엎는다”고 했다. “그래도 밭이 괜찮냐”고 하니 농부가 한숨을 내뱉었다. “느자구 없는 밭에서 느자구 없는 늠이 나오겄제.” 그게 ‘싹수없다’는 뜻이란 걸 나중에 알았다. 왠지 ‘싹수’보다 ‘느자구’가 정겹게 들렸다. ▶조선일보가 창간 100주년을 맞아 지난 1년간 전국에서 수집한 우리말 모음집 ‘말모이, 다시 쓴 우리말 사전’이 완성돼 그제 공개됐다. ‘말을 모은 것’이란 뜻의 말모이는 1911년 주시경 선생이 시작한 최초의 우리말 사전 원고 이름이다. 주 선생 작고 뒤 조선어학회가 사전 편찬을 주도해 1942년 초고를 완성했으나 일제 탄압을 받으면서 원고가 사라져 버렸다. 광복 후 이 원고가 서울역 창고에서 우연히 발견돼 1957년 조선말큰사전이 탄생했다.
▶조선일보 말모이는 주시경의 말모이와 같은 방법으로 사투리와 입말, 옛말들을 수집했다. 다만 인터넷과 팩스로 모았다는 점이 다르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2만2683단어를 보내왔고 강릉방언대사전을 비롯해 재야의 우리말 고수들이 펴낸 지역말 사전 10권까지 총 10만여 단어가 모였다. 이 가운데 표준국어대사전과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도 없는 단어 위주로 모두 4191표제어를 추렸다. ▶말모이엔 단어의 뜻과 용례뿐 아니라 지역별 문화 정보까지 실려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강원 삼척에서는 가마솥을 ‘개매’라고 하는데 ‘개매 밑구영이 솥 밑구영 보고 저 검정 봐라 한다(가마솥 밑이 솥 밑을 보고 저 검정 봐라 한다)’는 지역 속담도 소개하는 식이다. 소설가 구효서는 “꽃멀미라는 말이 있어 나는 한껏 꽃멀미를 느낀다. 그 말을 알고부터 아, 꽃멀미 난다! 외치면 남김없이 후련해지곤 한다”고 했다. 말모이엔 그렇게 소리 내어 말하고픈 우리말이 몇 아름이나 담겨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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