禪詩

溪聲便是廣長舌

bindol 2020. 11. 4. 09:53

溪聲便是廣長舌


溪聲便是廣長舌 山色豈非淸淨身
夜來八萬四千偈 他日如何擧示人
계성변시광장설 산색기비청정신
야래팔만사천게 타일여하거시인

시냇물 소리 여래의 장광설이요
산 빛은 어찌 청정법신 아니랴
간밤에 다가온 무량한 이 소식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蘇東坡 / 贈東林總長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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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蘇東坡는 신종 원풍 7년(1084) 황제의 명을 받고
黃州를 떠나 새 임지인 汝州로 떠났다.
도중에 廬山 東林 흥룡사의 常總照覺 선사를 방문해 오랜 회포를 풀었다.

밤새 나눈 대화 끝에 소동파는 나름대로 깨달음을 얻은 바 있어
게송을 지어 선사에게 보내니 바로 위의 시다.

​仰山慧寂 선사가 "한 마디 말로 산하대지를 모두 말하였다"
(一言說盡山河大地)고 한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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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소동파(蘇東坡, 1036~1101)의 오도송
悟道頌이다. 동파 거사는 사천성 출신으로 이름이 식(軾)이며 아버지는
소순(蘇洵), 동생은 소철(蘇轍)이다.
세 사람이 모두 唐宋八大家에 들어간다.
그의 작품으로는 赤壁賦가 가장 유명하다.
그의 여동생인 소소매(蘇小妹)라는 보살은 「관음예문」이라는 불교의
의식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글을 남기기도 했다.
儒佛仙을 두루 섭렵하고 문장에도 남다르게 뛰어났던 동파 거사가
하루는 여산의 동림 흥룡사에 계시는 당대의 고승 常聰 선사를 찾았다.
선사는 동파 거사에게 스님들을 찾아다니면서 有情說法만 듣고
無情說法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충고를 하였다.
그는 무정설법을 듣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그만 막막하였다.
그래서 무정설법이라는 말만 생각하면서
더 이상 묻지도 못하고 돌아오는길이었다.
정신을 잃고 한참이나 길을 가다가 문득 큰 개울물이 쏟아지는 곳에
이르러 비로소 천지가 진동하면서 흐르는 물소리를 듣는 순간 무정설법의
도리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지은 게송이 바로 이것이다.
설법 또는 법문이란 무엇인가. 통상적으로 말하면 진리, 이치,
법을 설명하는 것이다.
또는 어떤 말씀이나 동작이나 또는 계기를 통해서
진리의 문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법을 설명하여 깨우치기 위해서 수많은 말을 한다.
그것을 기록한 것들이 경전이며 어록들이다.
그러나 소동파가 그 진리를 깨닫고 보니 결코 경전이나 어록만이 법문이나
설법이 아니라 바람 소리, 시냇물 소리, 시장에서 상인들이 떠드는 소리,
차 소리 등등 모든 소리가 법문이 아닌 것이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유정 ·무정이 움직이고 작용하는 모양 행위도
일체가 법을 설하고 진리를 설하는 법문이었다.
그러므로 그러한 법문을 토해내고 표현하는 모든 존재는 그대로가 저절로
청정법신 부처님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저 푸른 산색이 청정법신 부처님
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고 한 것이다.
실로 소동파는 우렁차게 흘러내리는 시냇물 소리를 듣고 그와 같은 이치
를 깨달았으며, 역사적으로도 그와 같이 무수한 도인들이 하나의 계기와
하나의 사건에서 깨달음의 눈을 떴던 것이다. 결코 어떤 말씀과 그 말씀을
기록한 팔만장경만이 법문은 아닌 것이다. 요컨대 언제나 진리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항상 그와 같은 계기가 있게 되며, 또한
반드시 진리의 눈을 뜨게 되는 것임을 증명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무비스님이 가려뽑은 불교명구 365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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