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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의 코멘터리]바이든 ‘린치핀’은 덕담 아니라 압력

bindol 2020. 11. 13. 05:20

오병상 기자



바이든, 문재인과 통화에서 '린치핀'이라며 동맹 강조
중국쪽 기운 진보정권 향해 '중국봉쇄' 동참하라는 압력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 관저 접견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첫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
미국 대통령 당선자 바이든과 문재인 대통령과 12일 첫 정상통화를 했습니다.
대부분 덕담이지만 매우 의미심장한 대목이 들어 있습니다.

-문재인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해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바이든 ‘인도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길 기대합니다.’

문재인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얘기했고, 바이든은 ‘인도 태평양 평화’를 얘기했습니다.
같은 평화가 아닙니다. 분명히 다릅니다.

2.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까지 정부의 입장을 재강조한 셈입니다.

첫번째 핵 문제. ‘북핵 폐기’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통해 평화를 이루자고 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 핵폐기와 함께 남한에도 미국 핵무기가 다시 들어오면 안된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대해 바이든은 ‘북핵 문제 해결에 협력하겠다’고만 말했습니다.
대화중에 미군 핵무기 언급은 없습니다. 그러나 따져보면 숨어 있습니다.
문재인은 (북한이 요구해온 것처럼) 미군 핵 재배치에 반대한다는 뜻을 비쳤고, 바이든은 대답하지 않은 겁니다. (미국 일부에선 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 얘기가 간단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3.
두번째는 지역문제. ‘한반도’라는 문재인의 언급에 바이든은 ‘인도 태평양’이라고 다른 얘기를 했습니다.

미국의 세계전략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트럼프 이전까지) 한국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린치핀(Linchpin.핵심축)’이라 불렀습니다.
6ㆍ25 이후 한미동맹의 역할이 북한 침략에 대한 방어라는 기본입장에서 변화가 없었던 것이죠.

그런데 바이든은 이번에 한국을‘인도 태평양 안보와 번영에 린치핀’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미동맹의 적이‘북한’에서 ‘중국’으로 바뀌었다는 말입니다. 새 전략에 동참하란 요구죠.

4.
일본엔 ‘인도 태평양 안보와 번영의 코너스톤(Cornerstone.주춧돌)’이라고 했습니다.

린치핀이나 코너스톤이나 다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중국봉쇄를 위한 협의체 쿼드(Quad)의 4개 축이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입니다. 한국은 여기에 추가되는 플러스 멤버로 가입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일본이 더 중요한 거죠.

일본은 중국 봉쇄에 미국 이상으로 적극적입니다. 특히 센카쿠 열도 같은 국경분쟁에 매우 민감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바이든은 스가 총리와의 통화에서 ‘센가쿠는 미일 공동방어 대상’이라고 구체적으로 보증해주었습니다.
중국은 속으로 뒤집어졌을 겁니다.

5.
문제는 여전히 중국입니다.
이 대목에서 미국의 고민은 문재인 정부입니다.

일본과 달리 문재인 정부는 중국 쪽에 상당히 기울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또 매우 중요한 안보 파트너인 한국과 일본의 사이가 너무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입장에서 이런 문재인 정부를 놓치면 안되겠죠. 바이든 당선되자마자 시진핑 중국 주석이 그동안 미뤄오던 한국방문을 ‘연내에 하겠다’고 움직이는 배경입니다.


6.
바이든은 문재인과 첫 통화에서 정확히 요구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중국 편 들지마라.’
‘일본과 사이 좋게 지내라.’

두 가지 모두 문재인 정권의 핵심철학과 직결되기에 쉽지 않겠죠.
그런데 동맹은 기본적으로 생존의 문제입니다. 생존이 먼저입니다.
〈칼럼니스트〉



[출처: 중앙일보] [오병상의 코멘터리]바이든 ‘린치핀’은 덕담 아니라 압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