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식의 한시한수

靑松在東園

bindol 2020. 11. 13. 11:08

靑松在東園


靑松在東園(청송재동원) 동원에 자란 푸른 소나무
衆草沒其姿(중초몰기자) 뭇 풀에 묻혀 안보였으나
凝霜殄異類(응상진이류) 찬 서리에 다른 나무 시들자
卓然見高枝(탁연견고지) 높은 가지 우둑 솟아 보이더라.
連林人不覺(연림인불각) 숲에 가려 사람들 몰랐으나

​獨樹衆乃奇(독수중내기) 홀로 남으니 더욱 기특하구나.
提壺掛寒柯(제호괘한가) 술병을 겨우 솔가지에 걸고
遠望時復爲(원망시부위) 몇 차래 멀리서 바라보노라.
吾生夢幻間(오생몽환간) 삶은 꿈과 환상(幻想)이거늘
何事紲塵羈(하사설진기) 왜 塵世의 구속에 매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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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在東園, 衆草沒其姿. 凝霜殄異類,
卓然見高枝. 連林人不覺, 獨樹衆乃奇.
提壺撫寒柯, 遠望時復爲. 吾生夢幻間, 何事설塵羈.
―‘음주(飮酒, 제8수)’ 도잠(陶潛·365-427)

 

동쪽 정원 푸른 소나무
무성한 초목에 그 자태가 묻혀 있더니
된서리에 초목들이 시들해지자
우뚝하니 높은 가지 다 드러나네
숲에 붙어 있으면 아무도 몰라보지만
저 홀로 서 있으면 다들 경탄해 마지않지.
술병 든 채 차가운 가지 만져도 보고
이따금 멀찍이서 바라도 보네
우리네 인생 허황한 꿈만 같거늘 
왜 그리 세상일에 얽매여 살까

 



제아무리 빼어난 자태라도 소나무가 잡목 더미에
묻혀 있는 한 별무소용이다.
주변 잡목들이 된서리를 맞아 사그라지면 그제야 소나무는
강인한 생명력을 과시하며 그 위용을 드러낸다.

숲을 이루고 있을 때도 소나무는 별 주목을 끌지 못한다.
그것은 독야청청 저 홀로 우뚝할 때 비로소 진면목이 나타나
사람들의 경탄을 자아낸다.

 

박봉 때문에 굽신거리며 관리 생활을 하느니
차라리 전원 은거를 도모했던 도연명.
그는 잡목 더미와 솔숲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우뚝한 고송(孤松)에서
정서적 동질감을 느꼈을 것이다.

술병을 들고 가 가지를 어루만지거나 때로 멀찍이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희열이고 쾌감이었으리라.

 

소나무, 잣나무의 고절(孤節)과 지조라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제주에 유배된 자신을 위해 북경에서
귀한 도서를 어렵사리 구해다 둔 제자 李尙迪의 의리와 지조를
생각하며 추사는 추위에 강고하게
버티고 선 松柏을 화폭에 담아 그에게 선사했다.
“날이 차가워진 뒤에야 송백이 가장 늦게 시든다는 걸 알게 된다”
고 한 공자의 말씀과 함께.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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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환상(幻想) ; ①현실(現實)에 없는 것을 있는 것 같이 느끼는 상념(想念)
②종잡을 수 없이 일어나는 생각.

2).진세(塵世) : 티끌세상. 번뇌망상ㆍ사심잡념ㆍ
삼독오욕에 사로잡힌 사람이 사는 세상.
티끌에는 더럽다는 의미와 많다는 의미가 복합적으로 들어 있다.
인간의 현실세계는 온갖 죄악ㆍ범죄ㆍ부정ㆍ부패ㆍ부조리ㆍ고통 등이 많아서
티끌처럼 더럽다는 뜻에서 이렇게 말한다.
마음이 淸淨하면 塵世를 떠나 청정도량에서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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