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곳에 올라(登高) 두보(杜甫·712∼770)
風急天高猿嘯哀 渚淸沙白鳥飛廻 풍급천고원소애 저청사백조비회
無邊落木蕭蕭下 不盡長江滾滾來 무변낙목소소하 부진장강곤곤래
萬里悲秋常作客 百年多病獨登臺 만리비추상작객 백년다병독등대
艱難苦恨繁霜鬢 潦倒新停濁酒杯 간난고한번상빈 요도신정탁주배
거센 바람, 드높은 하늘, 원숭이 울음 구슬프고 맑은 강가
흰 모래톱, 새떼들이 날아든다
가없는 숲엔 우수수 낙엽이 지고 끝없는 장강 도도히 물결 흐른다
만리타향 슬픈 가을에 나그네 신세, 평생토록 병치레하다 홀로 누대에 오른다
고난으로 하얘진 귀밑머리 더없이 한스럽고 노쇠해져 이제는 탁주잔마저 내려놓았네
그는 반년 남짓의 막료 생활을 청산하고 엄무의 도움을 얻어 草堂을 하나 마련했다.
오랜 떠돌이 생활을 마감하는 전원생활, 풍요롭진 못해도
온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는 여유로운 나날이었다.
성곽을 벗어나니 시끄러운 일 없어졌고 나그네 근심마저 맑은 강물에 사그라지네.
무수한 잠자리 떼 가지런히 오르락내리락, 오리 한 쌍 마주 보며 물속을 들락날락.
살 곳을 마련한 후’라는 시에 시인은 이 시절의 느긋한 심경을 이렇게 토로했다.
하지만 행운은 오래가지 못했다.
엄무가 갑작스레 세상을 뜨자 의지할 데 없는 외톨이가 된 그는
또다시 유랑의 길로 들어서야 했다.
만리타향 슬픈 가을에 나그네 신세, 평생토록 병치레하다
홀로 누대에 오른시점이 바로 이 무렵이었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귀밑머리는 서리가 내린 듯 하얘졌고
병으로 쇠약해진 탓에 술마저 끊어야 했던
시인에게는 적이 씁쓸한 가을날이었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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