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를 바라보는 중국인의 시선은 곱지 않다. 원숭이가 주인공 캐릭터로 등장하는 ‘서유기(西遊記)’가 그렇다. 소설에서 원숭이 행자(行者)로 나오는 손오공(孫悟空)의 별칭 하나는 발후(潑猴)다.
원숭이를 가리키는 후(猴) 앞에 붙은 발(潑)은 물을 ‘끼얹다’ 또는 ‘튀기다’가 본래 새김이다. 그런 뜻으로 ‘생기가 물씬 돋다’는 활발(活潑), 물 튀기는 소리[剌]를 덧대 ‘생동감이 넘치다’라는 의미의 발랄(潑剌)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그러나 나중에는 ‘짓궂다’ ‘못되다’ ‘괘씸하다’ 등의 뜻도 얻는다. 따라서 ‘발후’라고 적으면 성격이 포악하고 못된 원숭이라는 뜻이다. 그 손오공의 다른 별칭 하나는 심원(心猿)이다. 원숭이처럼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마음 상태를 가리킨다. 그래서 중국인에게 원숭이는 경계 대상이기도 하다. ‘서유기’의 현장 법사처럼 손오공의 이마를 짓누르는 긴고(緊箍)라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닭의 목을 잘라 마구 까불어대는 원숭이에게 겁을 주자는 살계경후(殺鷄儆猴)라는 성어도 나왔다.
그런 원숭이의 울음은 아주 높은 옥타브를 뽐내지만 대개는 애처롭다. ‘단장(斷腸)’의 고사가 그렇다. 협곡에서 사람에게 잡힌 새끼 원숭이와 그를 쫓아오며 울부짖다 죽은 어미 원숭이 이야기다. 죽은 어미 원숭이 배를 갈랐더니 창자가 다 끊겨 있었다는 내용이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발후’는 못되고 괘씸할 수도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활발’과 ‘발랄’의 대명사다. 어쩌면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를 창조적으로 이끈 민간 기업 이미지를 빼닮았다. 알리바바의 마윈(馬雲)을 비롯한 중국 민간 기업의 쇠퇴가 뚜렷하다. 굵직한 대기업 총수들이 당국의 견제로 줄줄이 퇴진 중이다. “바람 거세고 하늘 높은데 잔나비 울음소리 슬프다(風急天高猿嘯哀)”는 두보(杜甫)의 시가 떠오르는 요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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