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19] 미인계
가을에는 물도 시린 빛을 띠게 마련이다. 그러나 맑은 햇빛과 공기 때문에 곱다는 느낌도 준다. 그 가을의 물을 뜻하는 한자 ‘추수(秋水)’는 여성의 눈매와 관련이 깊다. 특히 눈물이 비치는 여성의 고운 눈을 형용할 때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추파(秋波)는 남성에게 쓸 수 없는 단어다. 본래는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물결을 가리켰다가 끝내는 여성의 눈가에 고인 맑은 물기, 또는 그런 고운 눈빛을 지칭했다. ‘추파를 던지다’라는 말은 처음의 뜻이 세속으로 내려앉은 결과에 불과하다. 미인계미인의 형용은 아주 풍부하다. 침어낙안(沈魚落雁), 폐월수화(閉月羞花)가 대표적이다. 물고기와 기러기를 숨거나 내려앉게 만들며, 달이 얼굴을 가리고 꽃은 부끄럽게 한다는 뜻이다. 대단한 미모에 아름다운 경물들이 한발 물러나 비켜 앉는 경우를 표현했다. 미인이 한 번 뒤를 돌아보면 성이 무너지고, 두 번 고개를 돌리면 나라가 무너진다는 경성(傾城)과 경국(傾國)의 미색(美色) 이야기도 있다. 아름답고 우아한 여성을 가리키는 요조숙녀(窈窕淑女)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녀의 형용이다. 빨래터에서 옷 빨던 미인을 스카우트한 뒤 적국(敵國)의 군주에게 보내 환락에 젖게 해 그를 무력화한 스토리도 있다. 약 2500년 전 춘추시대 월(越)나라의 계략(計略)이었고, 등장하는 여인은 중국 4대 미녀의 으뜸으로 꼽히는 서시(西施)다. 이른바 ‘미인계(美人計)’의 대표적 사례다. 몇 년 전 중국 여성이 유망하고 젊은 미국 정치인들을 포섭했다가 사라진 스캔들로 미국 정계가 소란하다. 미국은 요즘 군사, 정보, 산업, 첨단 기술 부문 등 모든 영역에서 중국의 ‘침투’를 색출하려 부쩍 분주해졌다. 노련하며 집요한 중국의 모략(謀略) 전통에 허를 찔린 미국이 새삼스레 경각심을 높이는 형국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한숨을 내쉬면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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