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자 이야기

김대일 교수의 재미있는 한자이야기 '핍박(逼迫)'

bindol 2020. 12. 20. 05:32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77) '핍박(逼迫)'

 

   ‘逼迫당하고 있다’라는 말을 쓰고는 있지만 이 말의 意味(의미)를 正確(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국어사전에도 逼迫은 ①(사람을) 억누르고 괴롭히는 것 ②形便(형편)이 쪼들리거나 어려워 切迫(절박)한 狀態(상태)를 말한다고 나옵니다. 漢字語源(한자어원)으로 그 뜻을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逼은 畐(복)과 辶(착)을 합한 글자로, 닥치다, 좁다, 쪼그라들다, 핍박하다 등의 뜻으로 쓰이며, ‘핍’이라고 읽습니다. 畐은 술독에 술이 가득하게 차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가득하다, 가득 차다’의 뜻이며 ‘복’으로 읽습니다.

 

따라서 富는 집(宀)에 술이 가득하게(畐) 있으니 富裕(부유)하다, 富者(부자)의 뜻이 되고 ‘부’로 읽습니다. 또 부유함은 神(신)이 복을 내려주었기 때문이니 福으로 쓰고 복 ‘복’이라 읽습니다. 辶은 원래 辵으로 彳(자축거릴 척, 조금 걸을 척)과 止를(그칠 지)를 합친 글자이며, 걷다가 쉬다를 反復(반복)하며 目的地(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므로 쉬엄쉬엄 갈 ‘착’으로 읽습니다.

 

‘착’으로 읽는 이유는 목적지까지 가므로 着(붙을 착)처럼 到着(도착)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逼(핍)은 가득 차 있는 부유함이 나에게서 나간다는 말이 되므로 부유함이 줄게 되어 쪼그라든다는 말입니다. 쓰이는 단어로는 逼迫외에 凌逼(능핍;침범(侵犯)하여 핍박(逼迫)함), 逼奪(핍탈;위협(威脅)하여 빼앗김)등이 있습니다.

 

迫은 白(백)과 辶(착)을 합한 글자로, 닥치다, 가까이하다, 다가오다, 多急(다급)하다 등의 뜻으로 쓰이며, ‘박’으로 읽습니다. 白은 여러 가지 說(설)과 뜻이 있는 글자로, 해가 地面(지면)에서 떠오를 때 비치는 빛이 ‘희다’라는 설과 엄지손가락의 모양이라는 설 등 여러 가지가 있으며, 설문해자는 서쪽을 의미하는 색으로 ‘淫氣(음기)가 들어오면 물체의 색이 희다’라고 풀어서 陰(음)의 숫자 즉 二(이)로 들어가는(入;입) 것이라 했습니다.

 

白은 희다, 깨끗하다, 밝다, 빛나다, 分明(분명)하다, 없다는 뜻 외에도 입에서 말을 내는 모양으로 보아 ‘아뢰다, 말하다’의 뜻도 있습니다. 따라서 迫(박)은 어떠한 일이 닥치면 아뢰러 간다는 뜻이 되며, 닥치다, 다급하다가 됩니다. 쓰이는 단어로는 逼迫 외에도 驅迫(구박;학대(虐待)함), 切迫(절박;마감, 시기(時期), 기일(期日) 등(等)이 매우 급(急)함, 脅迫(협박;으르고 대듦), 壓迫(압박; 내리 누름) 등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逼迫은 내가 가지고 있는 富(부)를 어떠한 緣由(연유)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는 일이 닥친 것을 의미합니다. 주로 내가 힘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빼앗기게 되는 것을 逼迫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빼앗기는 것이 물건이 되었던 다른 무엇이 되었든 간에 逼迫당하지 않으려면 내 스스로 힘을 길러 自身(자신)을 防禦(방어)하고 지켜야 하는 것이 매우 重要(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글/ 경문 김대일(사단법인 한자진흥회 지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