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55.청렴(淸廉)

bindol 2020. 12. 22. 05:56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55.청렴(淸廉)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5. 28. 18:15

명나라의 대표적인 청렴관리 우겸의 초상. 친구가 상관에게 바칠 뇌물이 있냐고 묻자 "소매에는 바람 뿐"이라고 했다는 인물이다.

 

물이 맑고 깨끗하면 우리는 淸(청)이라는 글자를 떠올린다. 그를 활용해 만든 단어의 하나가 淸廉(청렴)인데, 뒤의 글자 廉(렴)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 우리는 그저 ‘청렴하다’ ‘깨끗하다’의 새김으로만 받아들인다. 원래 그랬을까. 의문이 슬쩍 찾아드는 글자다.

이 글자는 원래 건축에 관한 용어다. 집을 지을 때 한 건물의 가장자리, 즉 변(邊)을 가리키는 명사다. 커다란 집채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번듯한 건물을 일컫는 당(堂) 또는 청(廳)이다. 이 당과 청의 변을 일컫는 글자가 廉(렴)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그 선은 반듯해야 마땅하다. 조금이라도 휘어짐이 생긴다면 건물 전체의 모습이 일그러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건물의 정각(正角)을 잡아주는 기준에 해당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 廉(렴)이다. 그 변이 모아지는 ‘구석’ ‘모퉁이’를 한자로는 隅(우)라고 적는다. 이 隅(우) 또한 곧아야 한다. 변이 모여 이뤄지는 구석이니 그 각이 정확하지 않으면 건물은 틀어진다.

그래서 생겨난 단어가 廉隅(염우)다. 곧고 올바른 행실, 절조(節操)가 분명한 행동거지, 염치(廉恥)라는 뜻까지 얻었다. 이로써 우리의 의문은 조금 풀린다. 한자 廉(렴)은 당초의 건축 용어에서 옳고 바름, 곧음, 나아가 청렴의 뜻을 얻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청렴이라는 단어의 중요성은 달리 부연할 필요가 없다. 높은 공직에 올라 있거나 올랐던 사람이 곧고 바름을 유지함이 廉(렴), 제 직위의 후광을 업고서 남의 재물을 엿보거나 받는다면 貪(탐)이다. 청렴(淸廉)에 이어 그런 관리를 뜻하는 염관(廉官)과 염리(廉吏), 청렴하면서도 뚜렷이 살피는 청렴명찰(淸廉明察)의 염명(廉明)이라는 단어가 그래서 이어진다.

양속이라는 동한(東漢) 때 관리가 누군가 선물로 들고 온 생선을 건드리지도 않은 채 마루 앞에 걸어두고서 다른 누군가 또 선물을 들고 오면 그를 말없이 보여줬다는 양속현어(羊續懸魚) 또는 현어(懸魚)라는 성어, 뇌물이 성행했던 명(明)나라 조정에서 “상관에게 바칠 뇌물은 없고 두 소매에는 깨끗한 바람 뿐”이라고 했던 우겸(于謙)이라는 인물의 양수청풍(兩袖淸風)이라는 성어가 다 그런 청렴의 관리를 뜻하는 말들이다. 맹자(孟子)는 그런 대목에서 항상 멋진 충고를 던진다.

“가져도 좋고, 가지지 않아도 좋을 때, 가진다면 청렴함을 떨어뜨린다(可以取, 可以無取, 取傷廉). 줘도 좋고, 주지 않아도 좋을 때, 준다면 은혜의 깊이가 떨어진다(可以與, 可以無與, 與傷惠). 죽어도 좋고, 죽지 않아도 좋을 때, 죽는다면 용기의 진정성을 손상한다(可以死, 可以無死, 死傷勇).”

여운이 남는 말이다. 그 담긴 뜻은 곰곰이 살피시라. 그러나 분명한 점은 공인(公人) 등의 도리를 따질 때 따라야 할 ‘아주 높은 강도의 절제(節制)’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줄곧 청렴함의 이미지를 이었다가 아주 짧은 시간에 아주 많은 돈을 번 뒤 새 총리 후보자로 지명 받은 안대희 전 대법관이 화제다.

그는 아마 이 대목에서 약점을 드러낸 듯하다. 돈을 손에 쥠으로써 얻고 잃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 말이다. 청렴의 덕목을 항상 굳고 바르게 간수하기는 참 어려운 일인가보다. 돈맛에 단단히 취한 우리 모두는 그를 얼마나 닦달할 수 있을까.

 

 

<한자 풀이>

(청렴할 렴, 청렴할 염, 살필 렴, 살필 염): 청렴하다, 결백하다. 검소하다, 검박하다. 살피다, 살펴보다. 날카롭다, 예리하다. 끊다, 끊어지다. 곧다, 바르다. 값싸다.
(모퉁이 우): 모퉁이. 구석. 절개. 정조(貞操).
(달 현): 달다, 매달다, 달아매다. 매달리다, 늘어지다. 현격하다. 멀다. 멀리 떨어지다, 동떨어지다. 헛되다. 빚. 헛되이. 멀리.
(다칠 상): 다치다. 해치다. 애태우다. 근심하다. 불쌍히 여기다. 상하다. 상처.

<중국어&성어>

公正廉洁(潔) gōng zhèng lián jié:
공정하면서도 청렴하며 깨끗한 사람, 또는 공직자.
廉隅 lián yú: 건축에서의 각도 개념. 나아가 바르고 곧은 행실을 가리킴.
清廉正直 qīng lián zhèng zhí: 청렴하면서 곧고 바름. ‘청렴정직’-. 우리도 자주 쓰는 말이다. 그런 사람이 많이 보이질 않아서 문제지만….
礼义廉耻(禮意廉恥) lǐ yì lián chǐ: 우리 ‘예의염치’와 같다.
两(兩)袖清风(風) liǎng xiù qīng fēng:
두 소매에는 맑은 바람만 가득하다는 뜻의 성어. 본문에 설명한대로 명나라 우겸과 관련이 있는 성어. 원전은 그보다 전에 나왔다고 한다. 清风两袖(qīng fēng liǎng xiù)라고도 한다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한자-그물로-중국어-잡기?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