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56.취임(就任)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6. 5. 01:37
소설 <삼국지연의>의 빛나는 주역으로 등장하는 제갈량. 중국인들은 그가 벌인 세 차례 화공의 이야기로 새 자리에 오른 관료의 행태를 비꼬았다.
새로운 관직에 나아가는 일을 우리는 취임(就任)이라고 적는다. 때로는 부임(赴任), 또는 담임(擔任)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들 단어의 조합으로 볼 때 任(임)이라는 글자는 흔히 알고 있는 ‘맡기다’라는 뜻에서 몇 걸음 더 나아가 맡은 자리, 맡은 일 등의 새김까지 얻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任(임)의 원래 뜻은 물건을 지니는 방법과 관련이 있다. 몇 가지 동작이 있는데, 우선 背(배)는 물건을 등에 지는 행위다. 擔(담)은 어깨에 메는 동작, 荷(하)는 물건을 드는 일이다. 그 중 하나가 任(임)인데, 물건을 품에 안는 동작을 가리킨다고 했다.
따라서 임무(任務)라고 할 때 원래대로의 의미는 ‘떠안은 일’ ‘맡은 일’이었고, 나아가 ‘꼭 해야 할 일’로 발전한 듯하다. 임직(任職)은 일반 사전에서 ‘자리를 맡김’으로 흔히 쓰지만, 원래 의미대로 살피자면 ‘자리를 맡다’가 맞겠다. 임명(任命) 또한 명령(命令)에 따른 내용을 맡는다는 뜻이 우선이고, 나아가 누군가를 어느 자리에 세운다는 의미로 발전했다.
자리에 새로 오르는 사람은 늘 나름대로의 동작으로 주변의 시선을 끌게 마련이다. 下馬威(하마위)라는 말이 그와 관련이 있다. ‘말에서 내릴 때 부리는 위엄’이라는 뜻인데, 새로 부임하는 관료가 말에서 내릴 때부터 뭔가를 과시하려는 행태다. 옛날에는 관료들이 새 임지에 부임할 때 수레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원래는 下車威(하거위)라고 적어야 옳다.
그러나 수레(車)보다는 말(馬)이 단출해 보였음인지 나중에는 下馬威(하마위)로 정착했다는 설명이다. 원전을 따지자면 下馬作威(하마작위)와 下車作威(하거작위)인데, 한 글자씩 줄였다. 어쨌든 이 말들은 새로 높은 자리에 오르는 공직자가 현지의 부하 관리들에게 위엄을 부려 기선을 제압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우리 용례에는 없지만, 중국에서는 새로 부임하는 관원의 행태가 늘 수상쩍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新官上任三把火(신관상임삼파화)’다. 새(新) 관원(官)의 부임(上任) 뒤 세(三) 차례(把) 불질(火)이라는 엮음이다. 원래는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서 제갈량(諸葛亮)이 유비(劉備)의 군사(軍師)를 맡은 뒤 벌인 세 차례 화공(火攻)을 일컬었다. 그 유명한 적벽대전(赤壁大戰)까지를 포함한 공격이다.
그 이후의 중국 사람들은 관료들의 행태와 관련해 한 가지 뚜렷한 흐름을 읽었던 모양이다. 새로 자리에 오른 관료는 뭔가를 윗사람이나, 주변에 보여주기 위해 아주 눈에 띄는 행동을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세 차례 불질’ 다음에는 늘 원래의 상태로 돌아갔다. 그래서 제갈량의 세 차례 화공을 각색해 위의 말을 만들어 냈다. 임기 초반에만 제 업적을 눈에 띄게 포장하는 일을 가리키니 결코 좋은 뜻은 아니다.
6.4 지방선거로 많은 사람들이 새 자리에 오를 예정이다. ‘불질’만 좋아하는 사람 없었으면 좋겠다. 당적(黨籍)이 다르다고 해서 전임자의 공로(功勞)를 아예 무시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전임자의 공과(功過)를 냉정하게 가려 이을 것은 잇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繼往開來(계왕개래)라는 말은 그럴 때 쓴다. 앞의 것(往)을 이어(繼) 미래를(來) 열어간다(開)는 엮음인데, 새 자리에 오르는 사람들이 크게 유념해야 할 말이다.
<한자 풀이>
任 (맡길 임, 맞을 임): 맡기다, 주다. 능하다, 잘하다. 공을 세우다. 배다, 임신하다. 맞다, 당하다. 맡다, 지다. 견디다, 감내하다. 보증하다. 비뚤어지다.
荷 (멜 하, 꾸짖을 하, 잗달 가): 메다, 짊어지다. 부담하다. 책임지다. 담당하다. 꾸짖다, 따져 묻다. 은혜를 입다. 짐, 화물. 부담. 책임. 담당. 연, 연꽃.
擔 (멜 담): 메다. 들다. 들어 올리다. 짊어지다. 책임지다. 맡다. 떠맡다. 짐. 화물. 맡은 일. 부피의 단위. 양의 단위.
<중국어&성어>
任命 rèn mìng: 우리말 쓰임새의 ‘임명’과 같다.
任免 rèn miǎn: 사람을 자리에 임명하고 또는 면직시키는 일이다. 우리말에서도 쓴다.
任用 rèn yòng: 우리말 ‘임용하다’와 같다. 맡겨서 쓰는 일.
任重道远(遠) rèn zhòng dào yuǎn: <논어(論語)>에 나오는 “任重而道远(遠)”의 준말 형태 성어다. 맡은 일(任)은 무겁고(重) 길(道)은 멀다(遠)는 엮음이다. 책임은 막중하고 할 일은 많은 사람의 경우를 일컫는 데 쓴다. 자주 쓰는 성어다.
新官上任三把火 xīn guān shàng rèn sān bǎ huǒ: 본문 설명 참조.
任人唯贤(賢) rèn rén wéi xián: 사람(人) 쓸(任) 때는 오로지(唯) 현명함(賢)을 기준으로 한다는 뜻. 덕과 재능을 위주로 사람을 선발하지, 자신과의 친소(親疎) 관계를 따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진정한 인재의 등용과 관련해서 자주 쓰는 성어다.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한자-그물로-중국어-잡기-56취임就任?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58.쥐, 鼠(서) (0) | 2020.12.22 |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57.관리(官吏) (0) | 2020.12.22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55.청렴(淸廉) (0) | 2020.12.22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54.해양(海洋) (0) | 2020.12.22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53.선생(先生) (0) | 2020.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