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59.분패(憤敗)

bindol 2020. 12. 22. 05:59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59.분패(憤敗)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6. 25. 17:13

 

마음을 다잡고 공부에 몰두하느라 침식을 잊었던 發憤忘食(발분망식)의 주인공 공자.

 

 

승부를 가리는 마당에서 남에게 지는 게 패배(敗北)다. 손에 무언가를 쥐고서 물건을 두드려 망가뜨린다는 뜻의 敗(패), 등을 보이고 도망치는 사람의 모습을 형상화한 北(배)의 글자가 합쳐졌다. 옛 한자세계에서는 北(배)와 사람의 등을 가리키는 背(배)는 통용했다.

 

그런 패배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모든 승부에서 지는 것이 전패(全敗)겠고, 아예 겨룸이라고 얘기할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게 완패(完敗)다. 경기 결과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참혹(慘酷)하다면, 그런 패배는 참패(慘敗)다. 요즘에는 운동경기 등에서 스코어를 한 점도 얻지 못한 채 무릎 꿇는 것을 영패(零敗)라고 한다.

 

며칠 전 알제리와의 월드컵 경기에서 나온 결과는 한국에게는 ‘참혹한 패배’, 즉 참패(慘敗)에 해당할 것이다. 열심히 하다가 아깝게 진 경우라면 석패(惜敗)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경기 수준은 우리가 아주 부진했다. 아깝게 졌다면 마음속으로 울분이 가시지 않아 분패(憤敗)라고 적을 수도 있으나 이 역시 알제리와의 경기 결과에 적용할 단어는 아니다.

 

‘憤(분)’이라는 글자는 내 마음의 결기가 어떤 결과를 지켜보다가 못마땅함 때문에 모종의 감정으로 일어나기 시작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그 것이 쌓이면 울분(鬱憤)이 되는 것인데, 분노(憤怒) 등의 단어로 전화(轉化)하면서 흔히는 ‘노여움’의 동의어(同義語)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 글자를 ‘노여움’만으로 풀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공자(孔子)가 스스로를 평가한 대목이 있다. ‘발분망식(發憤忘食)’이다. ‘열심히 공부하면서 끼니 때우는 것조차 잊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발분(發憤)은 ‘분을 내다’다. 결국 憤(분)이라는 것이 문제인데, 뭔가 더 이루고자 애를 쓰면서 마음을 다잡는 행위다. 공자의 <논어(論語)>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열어주지 못하고, 애태우지 않으면 말해주지 않는다(不憤不啓, 不悱不發)”는 말이다.

 

배우려는 자가 뜻한 바를 세워 열심히 나서지 않으면 가르치는 사람으로서는 그를 깨우칠 방도가 없다는 뜻이다. 아울러 스스로 표현하기 위해 이리저리 궁리를 하지(悱) 않으면 말을 해줘도 알아먹지 못한다는 얘기다. 자신을 더 나은 상태로 이끌어 간다는 뜻의 ‘계발(啓發)’이라는 단어는 예서 유래했다.

 

결국 스스로 몸이 달아 열심히 자신의 수준을 끌어 올리려 애쓰는 것이 憤(분)이다. 그래서 분발(憤發)이라는 조어(造語)가 가능하며, 의지를 내서 강해지려 힘쓰는 모습을 ‘발분도강(發憤圖强)’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우리가 브라질 월드컵 16강의 문턱에서 다음에 맞아야 할 상대는 벨기에다. 러시아나 알제리보다 한 수 위의 경기 수준을 지닌 팀이다. 확률로 볼 때 16강의 문턱을 넘어서기가 버거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전망이 아주 어둡고, 때로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늘 필요한 것은 스스로 힘을 내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국가대표 축구팀에게는 發憤(발분)이 필요하다.

 

그러나 따져보면 그게 어디 스포츠 경기인 축구에만 국한하는 일일까. 총리 인사에서 드러낸 정부의 무능, 이념적 대립의 삭막함과 과도한 민족주의에 함몰된 역사해석의 미숙성, 그로 인한 국론분열의 조짐까지 우리 사회가 당면한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가치에 대한 인식이 크게 흔들려 이 사회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제대로 마음먹고 이 사회가 지닌 문제의 본질을 겨누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닥칠 상황은 매우 어둡다. 마음을 잡아 굳은 자세로 다시 나서는 일, 發憤(발분)은 따라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다.

 

 

 

 

 

 

[한자 풀이]

憤(분할 분): 분하다, 원통하다. 성내다, 분노하다. 번민하다, 괴로워하다. 어지러워지다, 어지럽히다. 힘쓰다, 분발하다. 왕성하다, 가득 차다. 분노.
啓(열 계): 열다. 열리다. 일깨워주다. 여쭈다. 보도하다. 사뢰다. 책상다리를 하다. 안내하다. 인도하다.
悱(표현 못할 비): 표현을 못하다. 표현하려고 애쓰다. 말이 나오지 아니하다.

[중국어&성어]

愤(憤)怒 fèn nù: 분노.
愤恨 fèn hèn: 분노와 원한.
愤懑(懣) fèn mèn: 분노와 동의어.
愤慨 fèn kǎi:
분개. 분개하다.
悲愤填(塡)膺 bēi fèn tián yīng:
비분함이 가슴(膺)을 채우다(塡). 자주 쓴다.
发(發)愤忘食 fā fèn wàng shí: 본문 참조. 자주 쓰는 성어다.
愤愤不平 fèn fèn bù píng:
매우 화가 나서 평정을 찾지 못하는 모습. 자주 쓴다.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한자-그물로-중국어-잡기-59분패憤敗?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