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62.입각(入閣)

bindol 2020. 12. 22. 06: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62.입각(入閣)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7. 16. 18:00

 

중국 역사상 보기 드문 치세를 기록했던 당 태종 이세민. 그는 능연각을 만들어 공신들을 기념했다.

 

 

 


정치를 펼치는 장소, 한자로 적으면 ‘布政之所(포정지소)’를 일반적으로는 조정(朝廷)이라고 부른다. 이 조정(朝廷)은 외조내정(外朝內廷)의 준말로 보인다. 공식적이면서 중요한 정치적 행사를 치르는 곳이 외조(外朝), 군왕(君王)이 개인적인 업무를 보는 곳이 내정(內廷)이다.


그와 동의어는 묘당(廟堂)이다. 왕실의 조상들을 모시는 사당(祠堂)에 해당하는 것이 태묘(太廟)인데, 이 건축물 안에 있는 넓은 홀을 묘당(廟堂)이라고 적는다. 이곳에서는 황제를 비롯한 대신들이 정사를 논의한다. 그래서 ‘조정’과 동의어의 열에 올랐다.

같은 의미의 단어는 또 있다. 묘조(廟朝), 궁묘(宮廟) 등이다. 궁전의 섬돌을 가리키는 옥계(玉階)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조정’과 같은 뜻의 단어 중에 눈길을 끄는 게 낭각(廊閣)이다. 황제가 머무는 곳인 전(殿) 바깥의 건축물을 낭각(廊閣)이라고 했다는데, 대신들이 머무는 곳을 가리키는 단어였다가 결국 ‘조정’의 뜻을 얻었다고 보인다.

원래 閣(각)이라는 글자는 문이 스스로 닫히는 경우를 막기 위해 문과 설주 또는 문턱 사이에 끼워두는 말뚝 등의 장치를 일컬었다고 한다. 그곳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먼 곳을 조망하며 쉴 수 있게끔 만든 건축물, 즉 누각(樓閣) 등의 의미로 발전했다. 이어 낭각(廊閣) 등의 뜻이 더해지면서 이제는 국가의 대사를 논의하는 ‘조정’의 뜻도 얻었다.

이런 의미에서의 閣(각)이 쓰이는 단어는 꽤 많다. 우선 조정을 가리키는 내각(內閣)이 있다. 그 안에 들어가 일을 보는 관료들이 각료(閣僚)다. 각원(閣員)이라는 말도 각료(閣僚)의 동의어다. 그런 내각의 구성원을 뽑아 모양새를 이루는 작업이 조각(組閣)이고, 멤버의 일부를 바꾸는 작업이 개각(改閣)이다.

한 동안 많이 썼던 단어가 각하(閣下)다. 나를 낮춰서 대상을 높이는 방식의 호칭이다. 누각 아래에 있는 ‘나’와 누각 위에 있는 ‘대상’을 견주는 방법이다. 같은 방식의 호칭이 폐하(陛下)와 전하(殿下) 등이다. 모두 왕궁의 섬돌(陛)이나 전각(殿) 아래에 ‘나’를 둠으로써 대상인 황제와 왕을 높이는 존칭이다.


그런 내각에 몸을 들이는 일이 바로 입각(入閣)이다. 이번에 몇 사람이 입각 대상자로 이름을 올렸다가 실패했다. 제 몸을 바른 곳에 두는 처신(處身)에서 문제가 생겼고, 어떤 이는 거짓 발언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국가의 대사를 논하는 사람으로서는 다 치명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閣(각)이라는 글자 꺼냈으니 유명한 누각(樓閣) 한두 개는 짚어야 좋을 듯하다. 한(漢)과 당(唐)의 성세(盛世)를 이룬 무제(武帝)와 태종(太宗)은 그를 뒷받침했던 공신들을 기념하기 위해 유명한 기린각(麒麟閣)과 능연각(凌煙閣)을 세웠다. 그 치세에는 그를 이루기 위한 훌륭한 멤버들이 등장함을 예서 엿볼 수 있다.

 

능력 없고, 소신 없어 눈치나 보는, 나아가 공익보다는 제 사익을 먼저 따지는 사람을 각료로 채우면 어쩔까. 그럴 때 우리는 閣(각)이 등장하는 성어를 요령 있게 써먹을 수 있다. 원래의 뜻은 그렇지 않지만, 공중누각(空中樓閣)이나 사상누각(沙上樓閣) 어떨까. 각료 임명에 청와대가 좀 더 신경을 써야 옳겠다.

 

 

 

 

 

 

[한자 풀이]

朝 (아침 조, 고을 이름 주): 아침. 조정. 왕조. 임금의 재위 기간. 정사. 하루. (임금을)뵈다, 배알하다. 문안하다. 만나보다. 부르다, 소견하다.
廷 (조정 정): 조정. 관아, 관서. 뜰, 앞마당. 마을. 공정하다.
廟 (사당 묘): 사당. 묘당. 빈궁, 빈소. 위패. 정전(나라의 정사를 집행하는 곳). 절.
廊 (사랑채 랑, 사랑채 낭, 행랑 랑, 행랑 낭): 사랑채. 딴채. 곁채. 행랑. 복도.
閣 (집 각): 집. 문설주. 마을. 관서. 궁전. 내각. 다락집. 층집. 복도. 찬장.

[중국어&성어]

阁(閣)下gé xià: 2인칭 높임말이다. 您과 같은 뜻으로 쓸 수 있다. 우리의 ‘각하’와는 조금 뉘앙스가 다른 존칭이다.
阁揆gé kuí: 내각의 책임자. 揆는 ‘헤아리다’의 새김 외에 ‘총괄하다’의 뜻도 있다. 내각의 제반 업무를 관장하는 사람, 즉 재상이자 총리다.
亭台(臺)楼阁(樓閣) tíng tái lóu gé: 유명 관광지 등에 있는 오랜 정자와 건축물 등을 일컫는 성어.
束之高阁(閣) shù zhī gāo gé: 높은 누각에 매달아 놓고 쓰지 않는 일. 좋은 물건 놔두고서 제대로 사용치 못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空中楼阁 kōng zhōng lóu gé: 공중누각.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한자-그물로-중국어-잡기-62입각入閣?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