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68.추(秋)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8. 27. 16:28
가을걷이, '추수'의 행위를 표현한 옛 그림.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시간을 ‘해’라고 한다. 한자로는 연(年)·세(歲)라고 적는다. 두 한자는 농작물이 잘 익었음을 뜻한다. 유년(有年)이라고 할 때는 ‘풍년(豊年)’, 대풍작을 이야기할 때는 ‘대유년(大有年)’이라고 적는 이유다. ‘망세(望歲)’라고 적으면 농작물 작황이 좋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주기적으로 운행하는 하늘의 별에 가을 서리를 합친 ‘성상(星霜)’도 한 해를 뜻하는 단어다. 추위와 더위를 한 데 붙여 만든 ‘한서(寒暑)’도 마찬가지 뜻의 단어다. 사계(四季) 또는 사시(四時) 중의 봄과 가을을 뽑아 엮은 ‘춘추(春秋)’도 덧없이 흐르는 세월 속의 한 해를 일컫는다.
뿌려진 씨앗이 움을 틔워 따가운 여름 햇볕에 무럭무럭 자라다가 수확의 낫질을 거쳐 창고로 옮겨지는 계절이 가을이다. 이 계절을 적는 한자가 추(秋)다.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인위적인 가름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겠지만, 동양은 자고(自古)로 네 계절에 색깔과 방위(方位)의 관념을 입혔다.
봄은 푸르다고 해서 푸르른 청춘(靑春), 여름은 덥다고 붉은색의 주하(朱夏), 가을은 서늘하다고 해서 흰색의 소추(素秋), 겨울은 춥다고 해서 검은색의 현동(玄冬)이다. 방위로 풀자면 동서남북(東西南北)의 순서다. 푸르고(靑) 붉고(朱), 희고(素) 검은(玄) 색이 각각 네 계절의 기상적인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
가을을 일컫는 한자 단어는 특히 발달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게 金(금)과 商(상)이다. 서쪽의 기운은 서늘하다고 쇠(金)를 붙였다. 궁상각치우(宮商角徵羽)의 동양 고대 다섯 가지 음(音) 중에서는 상(商)이 가을을 대표한다고 여겼다. 쓸쓸해서 처량함을 느끼게 해주는 음조(音調)다. 그래서 가을을 일컫는 단어들은 금추(金秋)·금상(金商)·금소(金素)·상추(商秋)·상소(商素)·백상(白商)·소상(素商) 등으로 나타난다.
각 계절은 세 단계로 나누는데, 보통 맹(孟)·중(仲)·계(季)다. 초가을 맹추(孟秋)의 별칭은 수추(首秋)와 상추(上秋)다. 중추(仲秋)는 중상(仲商), 늦가을 계추(季秋)는 모추(暮秋)·말추(末秋)라고도 한다.
세월의 흐름을 가장 강하게 느끼게 해주는 계절이 가을이다. 가고 오는 더위와 추위, 즉 한래서왕(寒來暑往)의 기후적인 변화에서 한 해의 끝을 예감케 하기 때문이다. 그 가을에는 이미 익은 곡식들을 거둬들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가을을 수성(收成)의 계절이라고도 적는다.
같은 맥락에서 봄을 적을 때는 발생(發生)이라고 한다. 움을 틔워(發) 생겨나는(生) 만물의 동태를 그렇게 적었다. 여름은 장영(長嬴)이다. 자라서(長) 가득해진다(嬴)는 새김이다. 그런 식생들을 거둬들여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계절인 겨울은 안녕(安寧)이다.
제대로 움을 틔운 게 없는 탓일까, 그래서 잘 키운 게 없는 까닭일까. 우리사회의 이 가을은 도대체 거둬들일 게 없는가 보다. 정치권 얘기다. 심어서 키운 게 없어 거둘 것도 없는 정치판. 의정(議政)의 온갖 절차를 무시하고 거리로 또 나도는 야당, 그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는 여당이 다 그렇다.
거둬들이는 계절, 가을에 생각해볼 ‘收成(수성)’이라는 의미에 전혀 들어맞지 않는 행동만이 난무한다. 사정이 그러하니 이 번 겨울에 안녕(安寧)을 이루기는 또 저만치 물 건너간 형편이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그려내는 인문(人文)에서의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은 어느덧 자취도 없이 사라졌나 보다.
[한자 풀이]
寒 (찰 한): 차다, 춥다. 떨다. 오싹하다. 어렵다. 가난하다, 쓸쓸하다. 식히다. 얼다. 불에 굽다, 삶다. 중지하다, 그만두다. 침묵하다, 울지 않다. 천하다, 지체가 낮다.
暑 (더울 서): 덥다. 더위. 여름, 더운 계절.
嬴 (찰 영): 차다. 가득 차다. 남다. 나타나다. 펴다. 끝. 풀다. 이기다. 바구니. 성(姓).
素 (본디 소, 흴 소): 본디. 바탕. 성질. 정성. 평소. 처음. 흰깁. 희다. 질박하다. 넓다. 부질없다. 옳다.
[중국어&성어]
寒来(來)暑往 hán lái shǔ wǎng: 차가운 날씨가 오고 더위가 가시는 일. 계절이 오고 감을 뜻한다. 그러면서 세월의 흐름을 가리킨다.
秋收冬藏 qiū shōu dōng cáng: 위의 성어와 대구를 이루면서 <천자문(千字文)>에 등장하는 말이다. 가을에는 거두고, 겨울에는 들인다는 뜻이다. 농업 일반의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사계절에 맞춰 벌이는 사람의 행위도 가리킨다.
光阴(陰)似箭(箭) guāng yīn sì jiàn: 세월(光陰)은 쏜살(箭)과 같다는 얘기다. 시간의 흐름이 덧없이 빠르다는 뜻이다. 많이 쓰는 성어다.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한자-그물로-중국어-잡기-68추秋?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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