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70.추성(秋聲)

bindol 2020. 12. 23. 06:13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70.추성(秋聲)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9. 17. 19:34


북송의 문호 구양수는 가을의 소리를 탁월하게 묘사했다. 그의 작품 '추성부(秋聲賦)'를 상상해서 그린 그림.

쓰르라미라고 부르는 매미의 한 종류가 있다. 정식 명칭은 쓰름매미다. 일반 매미보다 몸집이 좀 작다. 이 쓰름매미의 한자 호칭은 寒蟬(한선)이다. 이슬 내리는 가을에 우는 매미라서 아마 춥다는 뜻의 ()이라는 글자에 매미()를 갖다 붙인 듯하다.

일반 매미를 가리키는 경우도 있다. 날씨가 차가워진 무렵 매미의 울음소리는 현저하게 줄어든다. 가을의 쌀쌀함이 매미의 울음소리를 줄어들게 만드는 큰 요인이다. 그래서 날씨 차가워진 뒤 울음 멈추는 매미를 통틀어 寒蟬(한선)이라고도 부른다.

사람들은 추위에 소리 멈추는 매미를 그냥 두지 않는다. 대상을 비꼴 때 결국 이 단어를 등장시킨다. 겁을 집어먹고 움츠러드는 사람, 환경의 변화에 적극 대처하지 못하는 이, 제 소신이 부족해 뒤로 물러서는 자를 이 寒蟬(한선)에 비유한다. ‘꿀 먹은 벙어리와 흡사한 맥락이다.

오늘 글 제목은 가을의 소리, 秋聲(추성)이다. 북송의 문장가인 구양수(歐陽修 1007~1072)가 가을의 소리를 묘사한 추성부(秋聲賦)’를 내면서 그에 관한 감회를 적은 글들이 적잖게 뒤를 따랐다. 가을 밤, 책을 읽다가 문득 들은 소리를 묘사하는 그의 문필이 날카롭다.

사물에 닿는구나, 쟁그렁 쟁그렁, 쇠붙이가 모두 울리는 듯. 적진을 향해 다가서는 병사들처럼, 입에는 자갈 문 채 빨리 달리는데, 호령소리는 오간 데 없고, 그저 사람과 말이 달리는 소리 뿐(其觸于物也鏦鏦錚錚, 金鐵皆鳴. 又如赴敵之兵銜枚疾走不聞號令但聞人馬之行聲).”

귀로 들은 가을바람, 나뭇가지와 숲을 스치며 나가는 그 소리를 이렇게 묘사했다. 깊어가는 가을밤의 스산한 정경이 그대로 묻어난다. 구양수의 귀에도 들렸듯이 가을은 금속이 서로 부딪히는 그런 소리에 가깝다. 수선스러움과 뻗침보다는 숙성과 메마름의 정서를 더 일깨우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매일 밤낮으로 걷는 남산 길에도 가을은 벌써 소리로 다가왔다. 우거진 수풀을 헤집고 다니는 꿩이 메마른 소리를 낸다. 한 여름 무성했던 잡풀이 고개를 숙이고, 품었던 여름의 습기가 빠져 꿩이 그를 헤치며 지나갈 때 나는 소리다. 굳이 적자면 서걱서걱이다.

매미 울음소리도 줄기는 확연히 줄었다. 그 녀석이 쓰르라미인지는 모르지만 한 여름 내내 우렁찼던 소리가 땅으로 빨려든 듯하다. 가지에 매달려 원숙함을 그렸던 도토리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도 밤에 남산 길을 걸을 때 유독 크게 들린다. 다 가을의 소리 아니고 무엇이랴.

떨어지는 잎사귀 하나에 가을이 왔음을 안다는 성어가 있다. 一葉知秋(일엽지추). 당나라 문인의 시에 등장하는 一葉落知天下秋(낙엽 하나로 이 땅에 가을이 왔음을 알도다)”에 등장하고, 그보다 더 멀리는 <회남자淮南子>에 나온다. “見一葉落而知天之將暮(한 잎 지니 해 저무는 것을 알겠다)”.

작은 조짐으로 닥칠 무엇인가를 미리 알아보는 일이다. 가을은 길렀던 것을 익히고, 풀었던 것을 거두는 때다. 그래서 옷깃을 조용히 여미고 자성(自省)으로써 내 마음과 영혼을 여물도록 하는 시간이다. 올해 서울의 광화문 광장에선 이 가을의 소리를 들을 수 없을 듯하다. 다투는 소리가 너무 드세고 높다.

 

<한자 풀이>

(소리 성): 소리. 풍류. 노래. 이름. 명예. 소리 내다. 말하다. 선언하다. 펴다. 밝히다.

(매미 선, 날 선, 땅 이름 제): 매미. 날다. 뻗다, 펴지다. 잇다, 연속하다. 겁내다, 두려워하다. 아름답다. 애처롭다. 땅 이름 ().

 

<중국어&성어>

一叶()知秋 yī yè zhī qiū: 뜻은 위 본문 참조. 작은 조짐으로 곧 닥칠 현상을 미리 아는 일. 많이 쓰는 성어다.

噤若寒蝉() jìn ruò hán chán: 입 다무는(, 입 다물 금) 꼴이 마치() 날씨 차가워진 날의 매미(寒蟬) 같다는 뜻의 성어. 자주 쓰는 성어다. 나서야 할 때 제대로 나서지 않는 사람 등을 비꼴 때 쓴다.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한자-그물로-중국어-잡기-70추성秋聲?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