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76.소슬(蕭瑟)

bindol 2020. 12. 23. 06:19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76.소슬(蕭瑟)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10. 29. 15:31


10월29일 남산 산책길의 북사면 가을 모습이다. 낙엽을 떨구는 식생에 바람이 불면 그게 바로 '소슬바람'이다.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도 가을을 알린다. 조금씩 앙상해지는 가지에 바람이 닿으면서 서걱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린다. 그런 모습과 소리를 한자로 표현한 게 蕭瑟(소슬)이다. 우리가 흔히 ‘소슬바람’이라고 할 때 등장하는 단어다. 우리는 그런 형용에서 가을이 다가옴, 그 가을의 깊어짐을 다 느낀다.


蕭(소)라는 글자는 원래 대쑥을 가리켰다. 쑥의 일종이다. 다른 쑥에 비해 뒷면에 자라는 수염이 적어 맑은 모습을 지닌다고 한다. 그래서 이 글자를 ‘쓸쓸함’으로 푼다고 보는 사람도 있으나, 분명치는 않다. 아무튼 蕭(소)는 사물의 무성한 기운이 잦아든 모습을 가리키는 글자로 일찌감치 등장한다.

다음 글자 瑟(슬)은 거문고나 비파 등 현악기의 뜻이 강하지만, 여기서는 소리에 관한 형용이다. 서걱거리는 소리를 표현한 글자라고 볼 수 있다. 글자 둘을 그대로 이으면 瑟瑟(슬슬), 우리말 ‘쓸쓸하다’의 어원인 셈이다. 그러니 소슬바람이라고 하면, 무성한 여름을 보낸 나무의 가지들이 메마른 잎사귀를 달고 있는 상태에서 맞는 바람이다. 그 바람은 대개 초록의 풍성함을 밀어내고 대신 자리를 잡은 가을의 일반 식생으로부터 메마른 소리를 자아낸다.


蕭瑟(소슬)과 비슷하게 쓰는 단어는 蕭索(소삭), 蕭颯(소삽), 소조(蕭條) 등이다. 처음의 蕭索(소삭)은 구조가 소슬과 비슷하다. 뒷글자 索(삭, 또는 색)이 외롭다거나 홀로 있어 고독하다는 등의 뜻을 지니고는 있지만 蕭瑟(소슬)의 瑟(슬)이라는 글자와 같이 소리에 관한 형용이라고 보인다.


蕭颯(소삽) 역시 그와 같은 맥락이다. 단지 颯(삽)이 바람의 일종이어서, 때로는 풀이나 나무 잎사귀에 내리는 비의 소리를 형용할 때도 있다. 蕭瑟(소슬)이나 蕭颯(소삽) 등에 비해 먼저 문헌에 등장하는 단어가 蕭條(소조)다. 나뭇가지를 뜻하는 條(조)와 어울렸으나, 여기서는 나뭇잎 많이 떨어뜨린 식생의 모습을 표현한 의태(擬態)의 의미로 볼 수 있다.


점차 흩어져 없어지는 상황을 蕭散(소산)으로 적으며, 직접 ‘차갑다’는 글자를 붙여 蕭冷(소랭)이라고 적는 경우도 있다. 아예 글자 두 개를 나열해 蕭蕭(소소)라고 적기도 한다. 蕭寂(소적)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쓸쓸함에 조용함까지 얹었으니 이 가을의 분위기와 딱 맞아 떨어지기도 한다.


추위가 닥치니 더위가 자리를 비킨다…. 그 ‘寒來暑往(한래서왕)’이야 계절의 부지런한 갈마듦을 표현하는 자연스런 말이다. 초록은 자리를 비키고 갈색과 붉은색의 가을 잎사귀들이 산야를 장식한다. 때가 바뀌니 모습도 바뀌는 게 옳다. 그러나 어딘가 이 가을이 기쁘지만은 않다.


먹고 사는 일, 우리사회의 경제가 소슬(蕭瑟)함에 소삽(蕭颯)함, 한 걸음 더 나아가 소조(蕭條)함의 분위기를 다 안고 있어서 그렇다. 이렇게 잦아들다가 생기가 모두 흩어지고 마는 소산(蕭散), 그로써 더욱 차가워지는 소랭(蕭冷)함으로 이어지면 어쩔까. 앞으로 닥칠 겨울이 더 스산하게만 느껴진다.

<한자 풀이>
蕭 (쓸쓸할 소, 맑은대쑥 소): 쓸쓸하다. 시끄럽다. 바쁘다. (바람이) 불다. 떨어지다. (말이) 울다. 맑은대쑥(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물건(物件) 소리.
瑟 (큰 거문고 슬): 큰 거문고. 비파. 엄숙하다. 곱다. 쓸쓸하다. 많다.
索 (노 삭, 찾을 색): 노(바, 노끈, 새끼 따위). 헤어지다. 흩어지다. 꼬다. 쓸쓸하다. 찾다 (색). 더듬다 (색).
颯 (바람 소리 삽, 큰 바람 립, 큰 바람 입): 바람 소리. 바람 소리의 형용. 쇠잔한 모양. 시들다. 어느덧. 홀연히. 큰 바람(립). 사람 이름(립).
條 (가지 조): 가지. 조리(條理). 맥락. 조목. 끈, 줄. 법규. 유자나무. 통하다. 길다.

<중국어&성어>
萧(蕭)瑟 xiāo sè: 우리말 소슬과 같은 뜻. 생기가 가셔 쓸쓸하고, 외롭고, 적막한 모습.
萧条(蕭條) xiāo tiáo: depression, 즉 장기적인 불경기, 불황을 뜻할 때 자주 쓰는 중국어 단어다. 원래는 본문 내용대로 쓸쓸하고 적막하면서 생기가 가셔진 모습이다.
萧索 xiāo suǒ: 우리말 ‘소삭(蕭索)하다’와 같다. 황량하고 쓸쓸한 모습.
祸(禍)起萧墙(墻) huò qǐ xiāo qiáng: 재앙(禍)가 집안에 낮게 친 담장(蕭墻)에서 비롯한다(起)는 뜻이다. 집안에 낮게 친 담장, 즉 蕭墻(소장)은 구획을 하기 위해 귀족 집에 세웠던 구조물이다. 일반적으로는 집안, 또는 내부를 가리킨다. 집안이나 내부적인 싸움을 뜻하는 용어로 많이 쓴다.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한자-그물로-중국어-잡기-76소슬蕭瑟?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