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09.분란(紛亂)

bindol 2020. 12. 23. 06:50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09.분란(紛亂)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7. 1. 17:54

 

 


지지난해 남산에서 찍은 깊은 가을의 은행나무.
나무는 고요코자 하나 바람은 그치지 않는다는 말이 떠오르는 모습이다.
가을 바람에 나뭇잎 무수히 떨군 은행나무가 처연했다.

 

 

이 낱말 좋아하는 사람 많지 않다. 이리저리 쪼개지고 흩어져서 어지러운 상태를 일컫는 말이니 그렇다. 우선 앞 글자 紛(분)은 실(絲)이 나뉘어져(分)있는 모양을 가리킨다. 사전을 찾아보면 옛 전쟁터의 깃발과 관련이 있다고 나온다. 군사 용도의 깃발 가장자리, 끝부분에 장식을 위해 갈라놓은 부분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따라서 깃발의 술이라는 뜻이다.

 

바람에 흩날리기 쉬운 곳이다. 아울러 그렇게 펄럭이는 깃발의 가장자리에 붙어 더 잘게 흔들리는 부분이다. 그러니 갈라져 뭉치지 않는 상태의 모든 것을 가리킬 때 자주 등장하는 글자다. 다음의 亂(란)이라는 글자가 더 궁금해진다. 쓰임새가 앞 글자에 비해 훨씬 많기 때문이다.

 

亂(란) 역시 실과 관련이 있다. 초기 형태의 이 글자를 보면 실 뭉치가 어딘가에 걸려 있고, 두 손으로 그런 실이 걸려 있는 곳을 풀어가는 모습이다. 그로써 얻은 뜻이 엉켜 있는 실타래, 어질러져 있어 손을 대기 힘든 상태 등이다. 더 나아가 얻은 뜻이 극도로 어지러운 상황, 도저히 수습할 수 없는 지경 등이다.

 

이 글자는 좋지 않은 의미로 등장하지만 우리에게 퍽 익숙하다. 전쟁 등으로 벌어지는 어지러운 상황이 동란(動亂)이다. 전쟁 그 자체를 일컬을 때는 전란(戰亂)으로 적는다. 모든 것이 섞여서 극도로 어지러운 상황이 오면 혼란(混亂)이다. 안에서 벌이는 혼란스러운 움직임을 내란(內亂)이라고 부른다.

 

요란(擾亂)이라는 말도 잘 쓴다. 사전을 찾아보면 앞의 擾(요)는 강보에 싸여 울고 있는 아이와 그를 들고 있는 어른의 모습이라고 한다. 우는 아이를 들고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어른, 그 만큼 당황스럽다는 얘기일 테다. 게다가 다시 어지러운 상황을 일컫는 亂(란)이 붙어 있으니 낱말의 뜻은 자연스레 짐작할 수 있다.

 

소란(騷亂)이라는 말도 자주 사용한다. 앞의 騷(소)는 말(馬)을 무엇인가로 찌르거나 붙잡는 모습이다. 말이 놀라 펄쩍 뛸 수 있다. 그런 글자에 거듭 亂(란)을 붙였으니 역시 시끄럽고 번잡한 상황일 것이다. 소동(騷動), 소요(騷擾) 등이 같은 맥락의 낱말이다.

 

난리(亂離)라는 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지럽게 흩어져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황(亂), 그에 있던 것이 마침내 쪼개져 떨어져 나가는 형국(離)의 합성이다. “보통 난리가 아니다”라면서 끌탕을 칠 때 자주 쓰는 말이다. 합체(合體)를 이루지 못하면 모든 존재는 약해진다. 나와 다른 요소와 합쳐짐을 잘 이루지 못할 때 그런 ‘난리’가 일어나는 법이다.

 

정치적이며 사회적인 의미에서 亂(란)과 정반대의 뜻을 지니는 한자가 治(치)다. 물길을 잡는 장치를 뜻하는 글자라는 설명이 있다. 이리저리 번지기 쉬운 물길을 안정적인 방향으로 잡아가는 행위의 뜻을 얻었다. 그래서 국가와 사회의 상태를 일컬을 때 治(치)냐, 亂(란)이냐를 따지는 일이 곧잘 등장한다.

 

메르스 지나는가 싶더니 야당의 싸움, 청와대와 여당의 잡음이 이어진다. 우리 정치의 맑은 기상도를 어느 시절에 봤는지 좀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부모님 살아생전에 다 하지 못한 효도를 한탄하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나무는 고요코자 하지만 바람이 멈추지 않는다”는 말 말이다. 한자로 적으면 樹欲靜而風不止(수욕정이풍부지)다. 이 시절의 뉴스를 보는 마음이 늘 어지럽다. 그걸 심란(心亂)이라고 적지 않던가.

 

 

<한자 풀이>

紛 (어지러울 분): 어지럽다. 번잡하다, 번거롭다. 엉클어지다. (수효가)많다. 왕성하다. 섞다, 섞이다. 깃발. 술(장식으로 다는 여러 가닥의 실). 패건(차는 수건). 실띠.

亂 (어지러울 란, 어지러울 난): 어지럽다. 어지럽히다, 손상시키다. 다스리다. 음란하다, 간음하다. 무도하다, 포악하다. (물을)건너다. 가득 차다, 널리 퍼지다. 난리.

混 (섞을 혼, 오랑캐 곤): 섞다. 섞이다. 합하다. 혼탁하다. 흐리다. 맞추다. 가장하다. 남을 속이다. 그럭저럭 살아가다. 되는대로 살아가다.

擾 (시끄러울 요, 움직일 우): 시끄럽다. 흐려지다. 어지럽다. 길들이다. 탁해지다. 움직이다 (우).

騷 (떠들 소): 떠들다, 떠들썩하다. 근심하다. 급하다. 쓸다. (말을)긁다, 긁어 주다. 비리다, 비린내가 나다. 떨다, 제거하다. 근심. 소동.

 

<중국어&성어>

拨乱(撥亂)反正 bō luàn fǎn zhèng: 어지러운 상황(亂)을 다스려(撥) 제대로의 상태(正)로 돌리는(反) 일을 가리킨다. 공자의 <춘추(春秋)>를 예찬하며 사용한 말이다. 어지러움을 극복하고 치세(治世)에 닿는 일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乱(亂)七八糟 luàn qī bā zāo: 상황이 아주 엉망임을 표현할 때 중국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성어다. 亂(란), 糟(조) 모두 엉터리, 혼란스러움, 비정상의 상황을 표현하는 글자다.

乱(亂)臣贼(賊)子 luàn chén zéi zǐ: 우리말에서도 난신적자(亂臣賊子)라고 자주 쓴다. 임금과의 신의를 저버리는 신하, 부모에게 제 할 도리를 하지 않는 아들을 일컫는다. 한 마디로 ‘나쁜 놈’이다. 그러나 亂臣(난신)이라는 단어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어지러운 상황을 다스리는 사람의 뜻도 지닌 글자가 亂(란)이다. 따라서 亂臣(난신)은 두 가지 뜻이 있다. 위와 달리 ‘어지러울 때 등용해야 할 유능한 신하’라는 의미도 있다.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1-4?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