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41.조야(朝野)

bindol 2020. 12. 24. 06:02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41.조야(朝野)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6. 2. 17. 16:03

 

1950년 벌어진 6.25전쟁으로 잿더미처럼 변한 광화문 옛 중앙청 앞 서울 도심의 광경이다.

내부의 혼란이 전쟁을 부르는 법이다. 안보에 관한 경각심을 품지 않을 수 없는 요즘이다.

 

 

 

예전에는 제법 많이 썼던 낱말이 조야(朝野). 이 단어의 맥락을 타고 나온 요즘의 용어가 여야(與野). 여당과 야당을 일컫는 말이다. 원래의 조야는 권력을 행사하는 조정(朝廷)과 그 외곽에서 권력과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야인(野人)이라는 단어의 합성이다.

이런 단어의 흐름은 옛 동양사회의 행정 구역에 관한 명칭을 살펴야 잘 이해할 수 있다. 춘추시대에 앞선 주()나라 때를 보면 이렇다. 권력이나 행정의 힘이 존재하는 곳에는 대개 성()이 들어섰다. 그 성은 흔히 ()이라는 글자로도 표시했다. 따라서 성을 경계로 안쪽을 부를 때 등장했던 명칭이 國中(국중)이다. 때로는 그 자체를 中國(중국)이라고도 했다. 지금의 명칭과는 퍽 다른 개념이다.

우리가 흔히 교외 지역이라고 부르는 곳의 교외는 한자로 郊外. ()는 서로 만난다는 뜻의 ()와 사람 사는 마을이라는 뜻의 ()이라는 글자의 합성이다. 따라서 이 글자의 당초 뜻은 성을 둘러친 國中(국중)과 그 바깥이 교차하는 지역이다. 그래서 지금도 도시의 외곽을 가리킬 때 이 ()라는 글자가 등장한다.

일반적으로는 도시에 해당하며 성으로 둘러싸인 곳을 (), 그 바깥을 (), 그 외곽은 (), 다시 그 외부지역은 ()라고 불렀다. 그러니까 정치권력이 머무는 ()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 ().

어쨌든 궁벽한 땅을 가리키는 글자가 (). 당시 행정구역 명칭으로 등장하는 글자로는 ()도 있다. ‘낮다’ ‘더럽다 등의 좋지 않은 새김으로 우리가 이해하는 글자다. 그러나 역시 행정구역 표시였다. ()와 같은 구역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글자다.

둘 모두 사람이 편안히 생활할 수 있는 도시로부터 매우 멀리 떨어진 곳이다. 그래서 이 둘의 합성인 야비(野鄙)라는 말이 생겼던 듯하다. 치사하기 짝이 없는, 더럽고 야만스러운, 아주 치졸하며 지저분한 등의 새김으로 쓰는 말이다. 궁벽한 땅에서 살았던 사람들을 두고 도시의 주민들이 지녔던 깔봄과 멸시의 흐름에서 생긴 단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을 감안한다면 與野(여야)라는 요즘의 낱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단어는 일본식 조어다. ()는 정부와 함께’ ‘더불어 행동하는 당, 즉 집권당을 가리키는 흐름이다. ()는 권력 중심에 서지 못한 사람의 지칭이다. 권력을 잡지 못해 중심에 들어서지 못한 측이다. 그래서 야당(野黨)이다.

요즘 북한에 대한 정부의 강경대응이 화제다. 안보의 문제인 만큼 이를 두고 우리의 여당과 야당 사이에 혼선을 빚지 않았으면 좋겠다. 설령 정부의 성급함이나 미숙함이 드러나는 대목이 있더라도 안보 문제에서만큼은 조야와 여야가 보조를 맞춰야 바람직하다.

전쟁은 참화(慘禍). 그 혹독함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안보에 힘을 합치지 않으면 늘 도지는 것이 전쟁이다. 이런 구절 한 번 음미하면 어떨까. 중국 고대 악부시(樂府詩)에 나온다.

 

 

전쟁터에 기우는 해는 마치 핏빛처럼 붉으니 沙場殘陽紅似血

천리의 황폐한 벌판에 백골이 놓여 있구나 白骨千里露荒野

 

이렇게 시작한 민간의 노래는 중간쯤에 이런 구절을 다시 넣는다. “차라리 편안한 시절의 개로 살지언정, 난리 때의 사람으로는 살지 말아라(寧爲太平犬, 莫作亂離人).” 안보에 관한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표현 아닐까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한자-그물로-중국어-잡기-141조야朝野?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