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89. 와해(瓦解)

bindol 2020. 12. 26. 06:08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89. 와해(瓦解)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7. 2. 8. 14:14

 

경복궁 만춘전의 모습이다. 지붕의 기와를 두고 만든 낱말이 와해(瓦解)다.

 

 

 

우리 쓰임새가 매우 많으면서도 원래 뜻을 따질 때 다소 궁색해지는 단어가 와해(瓦解). 기왓장이 무너지거나 깨진다는 의미로 우리는 이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그래서 힘없이 무너지는 어떤 것, 또는 그런 상태를 일컫는 데 쓰인다.

 

그러나 그 뿌리를 찾아보면 이상한 구석과 마주친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옛 제조 공법에서는 원통형 틀을 만들어 흙을 다져 놓고 굳힌 뒤 틀을 4등분으로 깨서 기왓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원통형 틀을 쪼개 기왓장 넷을 만드는 일을 와해(瓦解)로 적었다는 설명이다.

 

그로부터 와해가 떨어져 나가다, 쪼개지다의 새김을 얻었다는 풀이다. 쉽게 떨어져 나가는 것도 많고, 맥없이 쪼개지는 것도 참 무수하다. 하필이면 왜 기왓장이냐는 의문을 지닌 사람에게는 이런 설명이 어쩌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헛갈리는 풀이는 또 있다. 기와는 대개 수키와와 암키와로 나뉜다. 암키와는 아래에 깔리고, 수키와는 위에 놓는다. 먼저 암키와를 아래에 깔고, 선의 형태로 깔린 암키와 사이를 수키와로 덮는 식이다. 이런 결합 방식을 일컬을 때 와합(瓦合)이라고 적는다는 설명이다.

 

이는 아무래도 느슨하다. 암수 기와가 맞물려 있지만 떨어지기도 수월하다. 그래서 중국 송대(宋代) 사람들은 기생집을 와사(瓦舍)라고 적었다고 한다. 기와집은 그 당시에도 참 많았을 테다. 그래도 굳이 기생집을 이 단어로 적은 이유가 궁금해진다.

 

뭇 남성들이 기생과 하룻밤을 지내는 곳이라는 맥락에서다. 남성이 기생을 찾아 하룻밤의 풍류를 즐기는 일을 수키와와 암키와의 합쳐짐, 즉 와합이라고 본 것이다. 그래서 올 때는 와합, 갈 때는 와해(瓦解)”라는 중국식 속담이 생겨났다고 푼다.

 

어느 것이 정설인지는 분명치 않다. 단지 우리가 기왓장 무너지듯이라고 할 때의 와해라는 말이 퍽 다른 맥락에서 다양하게 풀어갈 수 있는 단어라는 점은 유념해 두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와해가 단단히 맞물려 있던 것들이 쉽게 흩어져 버리는 상태를 일컫는 단어라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

 

화살의 시위를 풀어놓은 상태를 일컫는 (), 그 반대의 ()을 등장시켜 이완(弛緩)과 긴장(緊張)의 경계를 함부로 허물지 않도록 하자는 교훈은 퍽 많다. 나눠지고, 무너지며, 흩어지고, 쪼개지는 상태를 일컫는 성어 分崩離析(분붕리석)은 중국인들이 늘 경계해 마지않는 성어다.

 

우리사회가 그렇다. 요즘 뉴스를 보면 더 한심하다. 구제역 방지를 위해 백신을 보급키로 했지만 현지 농가의 5%만 그를 받아들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방역 당국이 감독을 느슨히 하면서 구제역 뒤 국가의 보상에 더 관심이 많은 농가들이 백신 접종을 회피했다는 내용이다. 본말이 뒤집어진 느낌이다.

 

의사들이 기증 시신을 해부하고 나서 기념촬영을 한 뒤 SNS에 자랑삼아 올려놓은 일도 그렇다. 시신 기증자를 향한 애도, 고마움은 전혀 없다. 인술(仁術)을 향한 소명의식은커녕 치졸한 의료기술자들의 직업의식만 드러낸다.

 

그게 어디 어제 오늘의 일, 몇 분야에 한정할 수 있는 상황일까. 단단하기가 대단하다는 청와(靑瓦)의 고대(高臺)도 들썩거린 지 어느덧 오래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서 들려오는 지금의 경고음은 다 그런 누적의 결과다. 이러다가 정말 나뉘고, 무너져서, 흩어져, 쪼개지는 일 맞이할 수도 있다.



출처: https://hanjoong.tistory.com/entry/한자-그물로-중국어-잡기-189-와해瓦解?category=662101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