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허리’가 미인(美人)의 기준으로 떠오른 지는 퍽 오래다. 한자로 옮기면 세요(細腰)다. 그러나 초요(楚腰)라고 적을 때가 많다. 지금으로부터 2500여 년 전 춘추시대의 초(楚)나라에서 비롯한 까닭이다. 당시 임금 영왕(靈王)은 허리가 잘록한 미인을 유독 선호했던 모양이다. ‘한비자(韓非子)’에 따르면 임금의 기호로 인해 초나라의 많은 여인이 빈혈에 허덕였다고 한다. 임금의 눈에 들려고 심한 다이어트를 감행했기 때문이다. /일러스트=양진경
남성들도 예외는 아니었던 듯하다. 임금의 눈총을 받기 싫어 절식(節食)을 거듭해 몸매를 가꾸는 데만 신경을 썼으니 말이다. 남을 다스리는 사람의 호오(好惡)가 자꾸 번져 폐단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설명할 때 곧잘 쓰는 전고(典故)다. 위와 아래, 즉 상하(上下)의 구별이 뚜렷하고 엄격한 위계(位階) 관념까지 덧대지면 문제는 간단치 않다. ‘위’의 동작이나 생각이 ‘아래’를 짓누를 때가 많아서다. 상행하효(上行下效)라는 성어는 그 점을 설명한다.
윗사람의 행위를 아랫사람이 따라 배운다는 뜻의 성어다. 대개는 아래로 내려갈수록 강박(強迫)으로 변할 때도 많다. 그 경우는 상호하심(上好下甚)으로 적는다. 위의 선호가 아래에서는 더 심해진다는 뜻이다. 위아래가 나름대로 ‘일체(一體)’를 이루는 상황이다. 하지만 위가 곧지 않으면 아래는 여지없이 어긋난다. 중국 속언의 ‘위 대들보 바르지 못해 아래 대들보 뒤틀리는(上梁不正下梁歪)’ 낭패를 볼 수 있다. 세계 최대의 정당, 당원 9200만인 중국 공산당의 요즘 사정이 그렇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취임 이래 ‘권력 집중[集權]’이 줄곧 가속화하고 있다. 1인 권력이 거세지면서 과거와는 달리 ‘통제’의 보수적 흐름이 더욱 도저해지고 있다. 옳은 길일까. 전체가 뒤틀리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까.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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