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인삼에 대항하는 해외의 대표적인 인삼은 화기삼(花旗蔘)이다. 미국을 위주로 하는 북미(北美) 지역에서 나온다. 인삼의 대표적 유통 지역인 홍콩에서는 고려 인삼에 비해 싼값으로 많이 팔린다. 대표적인 미국계 은행의 하나는 시티뱅크(Citibank)다. 중국인들이 지금 쓰는 그 한자 이름은 화기은행(花旗銀行)이다. 19세기 상하이(上海)에 이 은행이 처음 진출했을 때의 정식 현지 명칭은 만국보통은행(萬國寶通銀行)이었으나 결국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차이나 별곡 혼돈의 미국을 보는 중국의 시선 / 일러스트=김하경 1776년 건국 뒤 미국인들이 처음 중국을 방문했을 때 현지인들에게는 그들이 내걸었던 국기(國旗)가 퍽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울긋불긋한 색깔에 가로줄과 별이 가득한 문양이 마치 ‘꽃과 같은 깃발[花旗]’로 비쳤다고 한다. 그로써 얻은 미국의 첫 한자 명칭은 ‘화기국(花旗國)’이었다. 그래서 미국에서 자란 인삼, 그곳으로부터 온 은행 이름에 모두 이 ‘화기’라는 단어가 붙었다. 그러나 미국의 중국어 호칭은 여러 차례에 걸쳐 변한다. ‘아메리칸’을 음차(音借)해 미리견(米利堅)으로 불렀다가, 그곳 오랑캐라는 뜻의 ‘미이(咪夷)’라고도 적었다. 일본에서도 쓰는 ‘미국(米國)’이라는 표기도 비슷한 맥락이다.
1800년대 중반 이후 국제적인 영향력이 점차 상승하면서 이 나라의 한자 이름은 ‘아름다운 나라’라는 뜻의 미국(美國)으로 본격 자리를 잡아 지금까지 쓰이고 있다. 우리도 건국 뒤 이 명칭을 줄곧 사용하고 있다. 시위대가 의회에까지 난입하고 점거하는 현상을 보면서 요즘의 중국은 미국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꽃이 만발한 백화제방(百花齊放)의 ‘화기국’임에는 분명한데, 그 정도가 지나쳐 어지럽게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혼란한 나라, 미국(迷國)으로 슬쩍 고쳐 적을지도 모르겠다. 내심으로는 공산당이 구축한 고도의 권력 집중 시스템을 자축하면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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