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최근 “별의 순간을 제대로 포착하느냐에 따라 국가를 위해 크게 기여할 수도, 못 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그 별의 주인공이 누구냐를 놓고 말들이 많다. 김종인이 가리키는 별은 권력을 상징할 것이다. 김종인은 누구의 별을 두고 얘기한 것일까. 윤석열의 별인가, 안철수의 별인가, 아니면 김종인 본인의 별을 새롭게 꿈꾸고 있는 것인가.
분노는 욕심의 다른 표현…권력의 속살 별을 딴 바이든 광채 4년 후에도 빛날까
정치권에만 별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구나 자기 삶에서 저마다 별이 되는 꿈을 꿀 수 있다. 정치인을 뽑고 평가하는 유권자의 관심이 정치인들과 같을 수는 없겠다. 정치인의 관심은 대개 권력을 차지하는 순간에 집중된 듯하다. 그 권력이 진행되고 저물어 가는 과정에는 눈을 감고 지내는 것 같다. 미국이 요즘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워싱턴 DC에는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군보다 더 많은 병력이 배치돼 있다고 한다. 비상사태가 선포된 가운데 치러질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주제는 ‘미국의 통합(America United)’이다. 새 정부는 으레 통합을 내세우지만 이번처럼 그 의미가 실감 난 적은 없는 것 같다. 정치의 속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바이든은 선거 기간 동안 치유와 통합을 내세웠다. 이제 별을 따게 된 바이든의 광채는 4년 후에도 계속 빛날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 역시 4년 전 언젠가 그 별의 순간을 손꼽아 기다린 적이 있었다. 그에게도 별은 꿈이었다. 지난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점거’는 그 별의 타락한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오래전부터 예고된 일일 수 있겠는데, 당사자들은 별의 추락이 눈앞에 닥쳐도 보지 못하는 것 같다. 권력이 추한 모습으로 바뀌는 것도 한순간이다. 트윗은 트럼프의 입이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트럼프 트윗의 내용과 감정 표현을 분석해보니 ‘분노의 트윗’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트윗을 영구 정지당하기 전까지 11년 6개월 동안 쏟아낸 숱한 말 중에 분노의 표현이 가장 많았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4273일 동안 쏘아 올린 트윗은 4만6694개였다. 일주일 평균으로 나누면 77개이니, 매일 10건이 넘는 트윗을 한 셈이다. 그렇다면 하루에도 몇 번씩 분노를 공개적으로 표출했다는 얘긴데, 이러고도 본인은 정말 행복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미국의 건국 정신이 담긴 토머스 제퍼슨의 독립선언서에는 ‘행복의 추구’가 자명한 진리이자 인민의 권리로 중시되고 있다.
늘 분노로 가득 찬 대통령이 국민을 통합시키며 행복으로 이끌 수 있을까? 트럼프의 명예롭지 않은 퇴장이 보여주는 교훈을 바이든 당선인이 잊지 않는다면 현재 미국인들이 겪는 정치의 스트레스가 전혀 무의미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바이든뿐만 아니라 한국의 권력층도 미국 사례에서 교훈을 얻었으면 좋겠다. 느끼는 바가 있다면 당장 내일부터라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대개 욕심과 분노는 짝을 이루어 우리의 감정을 무질서의 상태로 휘몰아가곤 한다. 원하고 바라는 욕심이 채워지지 않을 때 화를 내곤 하는 것이다. 분노의 정치는 욕심의 전쟁의 다른 표현이다. 욕심과 분노가 가득 찬 마음으로는 한 가정도 제대로 유지하기 힘들 텐데, 국민을 행복으로 이끌 수는 없을 것 같다. 바이든이 치유의 정치를 내세웠지만 아직은 별을 따기 위해 내세운 말의 성찬일 뿐이다. 벤저민 프랭클린이나 제퍼슨 같은 건국의 아버지들은 정직(Honesty)을 최선의 정책으로 중시했는데, 정직이 미국의 건국 정신으로만 필요한 것은 아닌 듯하다. 리더의 말이 신뢰를 얻으려면 정직해야 할 것이다. 입으로는 통합과 치유 같은 온갖 좋은 말을 다 하면서 실제론 제 욕심과 분열을 꾀한다면 분노의 정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