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4년 가까이 끌어 왔던 국정농단 사건의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은 사실상 끝났다. 법원은 대기업의 지배구조와 윤리 문제에 엄정한 판결을 내렸다. 이 부회장은 남은 1년 반의 형기를 채워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재용 구속으로 비상 경영 체제 반도체 경쟁력 저하 피할 대책 있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법은 법이고, 경제는 경제다. 애플의 경우, 전설적인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작고하고도, 여전히 혁신기업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경영자 개인의 상황과 기업은 별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삼성은 애플이 아니고, 대한민국은 미국이 아니다. 기업 생태계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잡스가 죽어도 애플은 잘 나가는데, 부회장이 구금상태에 있다고 해서 그것이 무슨 문제냐고 한다면, ‘한국 기업은 미국 기업과 같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온 충격은 비접촉(untact)과 친환경의 중요성이다.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특징은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와 융합, 양극화로 집약할 수 있다. 그 주도권을 잡기 위해 영역과 국적을 불문하는 기업 간·산업 간 합종연횡이 전개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각국의 국가 경쟁력 판도가 바뀌고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중심이 전기차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5G-신경망 반도체(NPU)의 신기술이 융합되어 자율주행 자동차에 다가가고 있다. 최근 애플은 현대 자동차에 전기차 생산 협업을 요청했는가 하면, 미국의 피아트 크라이슬러와 프랑스의 PSA 그룹의 합병으로 세계 4위의 자동차 기업이 출현했다. 현대·기아차 그룹은 하루아침에 세계 4위에서 5위로 밀려났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세계 반도체 업계는 대형 인수합병으로 격동하고 있다. 작년 세계적인 그래픽 처리장치(GPU) 생산업체인 엔디비아가 ARM을 인수하자, 퀄컴은 칩의 중앙처리장치(CPU) 업체인 누비아(NUVIA)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더구나 종합 반도체 제조업체인 인텔이 주문반도체 세계 1위 생산업체인 TSMC에 위탁 생산을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산업 변화의 돌풍은 기업 차원이나 산업 차원의 지각변동을 넘어서 향후 디지털 전환시대의 세계 경제판도를 향한 경쟁이며, 각국 국민들의 미래 일자리와 소득을 두고 벌이는 건곤일척의 경제 전쟁이다.
정부는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과 전략’을 발표하여 우리나라의 세계 반도체시장 점유율을 팹리스 시장에서는 2018년 1.6%에서 2030년 10%로, 파운드 리는 2018년 16%에서 2030년 35%로, 고용인원은 2018년 3만명에서 6만명으로 증가시킬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 계획에 상응하여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과연 비상 경영체제로 이 계획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인가?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부문 투자는 계획대로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12조원 수준으로 TSMC의 30조원 규모 투자의 40% 수준에 그친다. 더구나 삼성전자는 2016년 하만 인수이후 대형 M&A를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CEO 부재의 비상 경영체제에서 최소 앞으로 2년간은 대형 M&A를 예상하기 어렵고, 그만큼 경쟁력 저하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 부회장 개인의 안위나 삼성전자 사업을 우려하는 게 아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 산업과 경제판도 개편의 치열한 경쟁에서 삼성전자의 추동력 손상을 입은 대한민국의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위기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시대 대한민국의 미래 소득과 일자리를 우려하는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해 정부는 어떤 해답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