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식의 한시한수

이 연못이 맑은 까닭은[이준식의 한시 한 수]〈93〉

bindol 2021. 1. 22. 10:06

 


觀書有感 / 朱熹

 

半畝方塘一鑑開
天光雲影共徘徊
問渠那得淸如許
爲有源頭活水來
반무방당일감개
천광운영공배회
문거나득청여허
위유원두활수래

 

반 이랑 크기의 네모난 연못이 거울처럼 펼쳐져
하늘빛과 구름 그림자가 그 안에 일렁인다
묻노니 이 연못은 어찌 이리도 맑을까
발원지에서 쉬지 않고 물이 흘러들기 때문이지

-책을 읽다 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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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연못.
못물이 어찌나 맑고 투명한지 하늘 풍경이 고스란히 물속에 담겨 일렁거린다.
너른 바다나 호수라면 모를까 100평 남짓한 작은 연못이 왜 이리도 거울처럼 청명할까.
수원(水源)으로부터 끊임없이 활수(活水)가 흘러들기에 가능한 일이다.
멈추거나 고여 있지 않고 늘 새로운 충전이 이루어지니 썩지도 혼탁해지지도 않고
日新又日新한다.

 

이 이치는 시인이 연못가를 산책하던 중 물의 발원지를 발견했기에 떠올린 게 아니다.
시제에서 보듯 책을 읽다 문득 든 생각이다. 독서를 통해 부단히
새로운 지식과 지혜를 받아들이고 축적해 갈 때 우리의 정신세계도 그만큼 참신하고
넉넉해진다는 이치로 읽힌다.
공자 이래 유학을 집대성하여 성리학으로 발전시킨 사상가답게
시인은 자연 경물의 범상한 이치에서 그예 학문 수양의 진리 하나를 이끌어냈다.


이 시는 2수로 이루어진 연작시.
제2수에서도 시인은 마치 한 폭 경치를 읊조리듯 독서의 효용을 은유한다.
“간밤 강가에 봄물이 불어나니 거대한 싸움배조차 깃털처럼 가볍게 뜬다.
여태껏 그걸 옮기느라 공연히 애만 썼거늘 오늘은 강 가운데를 잘도 떠다니는데.”

한껏 힘을 동원한다고 해서 거함(巨艦)을 움직일 수 있는 건 아니다.
봄물이 불어나 강이 깊어지면 배는 저절로 나아간다.
독서로 내공을 쌓으면서 느긋하게 조건이 무르익기를
기다리라는 세심한 충고로 들으면 되겠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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昨夜江邊春水生(작야강변춘수생) 어젯 밤 강가에 봄물이 불어나니
蒙衝巨艦一毛輕(몽충거함일모경) 거대한 전함이 터럭처럼 가볍게 떠있네
向來枉費推移力(향내왕비추이력) 이전엔 힘을 들여 옮기려고 애썼는데
此日中流自在行(차일중류자재항) 오늘은 강 가운데 유유히 떠다니네.

(단시일내 많은책을 읽어 지식을 넓이는 것 보다 정독하면서
깊은 뜻을 새겨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