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니켈의 몸값[출처: 중앙일보]

이동현 산업1팀 차장

 

원자번호 28번 원소인 니켈(Ni)은 인류가 오랫동안 사용해 온 금속이다. 미국의 5센트 동전을 ‘니켈’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20세기 초 미국에서 유행하던 싸구려 영화관 이름 ‘니켈로디언(nickelodeon)’에서 유래했다. 입장료가 5센트여서 극장에 들어갈 때 쓰는 동전을 니켈이라고 불렀다.

니켈은 대부분 철과 합금 형태로 존재한다. 실제로 동전은 대부분 구리와 니켈 합금인 백동으로 만드는데, 성질과 빛깔이 은과 유사해 오랫동안 동전의 소재로 사용됐다. 모든 원소들이 그렇듯, 순수한 니켈의 존재를 알게 된 건 연금술 덕분이다.

금을 만들겠다는 허황된 꿈은 화학의 발전을 이뤘다. 18세기 스웨덴의 악셀 크룬스테트 남작(1722~1765)이 순수한 니켈을 분리하고 ‘니켈’이라 명명했다. 가공하기 쉽고 강한 자성(磁性)을 띄어 장신구에서 전자부품에 이르기까지 활용도가 높다.

 

니켈은 인체와 접촉했을 때 알러지를 일으키거나 독성을 발현하기도 해 주의가 필요하다. 합금 장신구에서 흔히 일어나는 두드러기가 니켈 때문이다. 몇 년 전 한 정수기 업체 부품에서 니켈 성분이 떨어져 나와 인체 유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니켈은 납축전지 이후 2차전지의 주요 성분이기도 했다. 1990년대 리튬전지가 나오기 전까지는 소형 전자기기에 니켈-카드뮴 혹은 니켈-금속수소화물 전지를 많이 썼다. 하지만 리튬이온 전지가 나오면서 한동안 쓰이지 않다가 최근 다시 각광받고 있는데, 바로 자동차용 2차전지다.

하이-니켈 전지는 니켈 함유량이 많은 2차 전지다. 니켈 함유량이 많으면 주행거리를 크게 늘릴 수 있다.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가 대표적인데 최근 수요가 늘면서 니켈의 가격도 천정부지로 뛰는 중이다. 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니켈 선물(3개월물) 가격은 t당 1만5532달러(약 1844만원)까지 치솟았다.

5센트 동전의 이름으로 불릴 만큼 ‘싸구려 금속’이던 니켈은 다시 귀한 몸이 됐다. 니켈은 제3세계에서 비윤리적으로 채굴되는 ‘분쟁 광물’이기도 하다. 반성 없는 욕망은 누군가의 고통을 낳는다. 편의도 중요하지만 누군가의 고통으로 그 편의를 살 순 없는 노릇이다.

이동현 산업1팀 차장

[출처: 중앙일보] [분수대] 니켈의 몸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