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世說新語] [608] 백년양조 (百年兩朝)
입력 2021.02.04 03:00
어무적(魚無迹)이 「신력탄(新曆嘆)」에서 새해의 덕담을 적었다. “내 소원은 3만 하고 6천의 긴 날들이, 인간 세상 두 번의 아침저녁 되었으면. 봄꽃이 한번 피어 천년 동안 붉어 있고, 가을 달 한번 비춰 천년 내내 환했으면. 요순(堯舜)의 얼굴이 지금껏 아직 곱고, 주공(周公) 공자 머리카락 여태까지 검었으면. 아침엔 토계(土階) 위서 군신(君臣) 화합 소리 듣고, 저녁엔 행단(杏壇) 곁의 공부하는 모습 보리. 1년에 황하 물이 두 번쯤 맑아지고, 3년마다 반도(蟠桃) 열매 자주자주 익었으면. 태산을 안주 삼고 구리 기둥 젓가락 삼아, 푸른 바다 술통에다 북두칠성 국자일세. 애오라지 만백성과 함께 취해 잠자면서, 맑은 가락 강구곡(康衢曲)을 모두 같이 불러보세. 태사(太史)에게 명하라고 옥황께 권면하여, 1억년에 한 번씩만 책력을 고쳤으면.(我願三萬六千日, 判作人間兩朝夕. 春花一吐千年紅, 秋月一照千年白. 堯舜至今顔尙韶, 周孔至今頭尙黑. 朝聞吁咈土階上, 暮見絃誦杏壇側. 一年黃河水再淸, 三歲蟠桃子屢熟. 太山肴核銅柱筯, 滄海杯樽斗杓刁. 聊與萬民同醉眠, 嗚嗚共唱康衢曲. 却勸紫皇詔太史, 萬萬年來一改曆.)”
자고 나면 1백 년이 지나 있다. 열흘 가는 꽃은 천 년 동안 피어있게 된다. 한번 뜬 가을 달이 지는 사이 1천 년이 지나가는 상상은 어떤가? 요순 같은 임금이 아직 젊어 의욕에 넘치고, 주공과 공자 같은 어진 이가 그를 보필하는 세상에 같이 살아보고 싶다. 흙으로 지은 소박한 궁궐에서 임금과 신하가 백성을 아껴 화합하는 모습과, 행단(杏壇)에서 공자가 제자들과 책 읽고 노래하는 광경을 아침저녁으로 만나고도 싶다.
백년하청(百年河淸)의 황하 물이 1년에 두 번 맑아져서 2백 년으로 농축되고, 3천 년에 한 번 열리는 반도 복숭아가 3년에 한 번씩 달려, 1년이 1천 년과 맞잡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태산을 안주 삼고 구리 기둥을 젓가락 삼아, 푸른 바다 술통 되고 북두칠성 국자 되어, 거나하게 한잔 마셨으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그때에는 만백성과 함께 태평가를 부르며 취하리라. 그러면 옥황상제가 사관에게 명하여, 1억 년에 한 번씩만 책력을 고쳐도 되는 그런 세상에서 새해를 맞고 싶다. 사나이의 신년 포부가 이쯤은 되어야지.
'정민의 세설신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민의 世說新語] [610] 부유의상(蜉蝣衣裳) (0) | 2021.02.18 |
---|---|
[정민의 世說新語] [609] 마이불린(磨而不磷) (0) | 2021.02.11 |
[정민의 世說新語] [607] 옥작불휘 (玉爵弗揮) (0) | 2021.01.28 |
[정민의 世說新語] [606] 죽외일지 (竹外一枝) (0) | 2021.01.21 |
[정민의 世說新語] [605] 탄조모상 (呑棗模象) (0) | 2021.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