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가슴으로 읽는 한시] 차를 끓이다

bindol 2021. 2. 6. 07:44


得茶字

 

春水初生漲岸沙 춘수초생창안사
閒來着屐向田家 한래착극향전가
村深古木周遭立 촌심고목주조립
山僻行蹊繚繞斜 산벽행혜요요사
頗喜峽居逢樂歲 파희협거봉낙세
每從隣友說生涯 매종인우설생애
日長正好林間讀 일장정호임간독
汲得寒泉煮茗茶 급득한천자명다

 

차를 끓이다

 

봄 강물이 불어나서 모래 벌판에 넘쳐나니
한가롭게 신을 신고 전원으로 나가보네
마을은 깊어 고목이 둘러 에워쌌고
산은 외져 오솔길이 구불구불 나 있네
산골에도 풍년 들까 마음 제법 흔쾌하여
이웃 사는 벗들하고 살아갈 일 털어놓네
해가 길어 수풀 아래 책 읽기가 딱 좋으니
찬 샘물을 길어다가 좋은 차를 끓이네

 

18세기 전반의 저명한 시인 浣巖 정내교(鄭來僑·1681~1759)가 20대 후반에 지었다.

강변의 모래밭이 물이 불어 잠겼다. 봄이 왔음을 알리는 소식이다.
봄볕을 받으며 나막신을 신고 들판으로 나갔다.
고목이 사방을 둘러싸서 마을은 더 깊숙하게 숨어 있는 듯하고,
오솔길이 구불구불 나 있어 산은 한결 외져 보인다.

올해는 농사가 잘될 듯한 기분이 들어 들뜬 마음에
하고 싶은 일을 말하며 벗들과 수다를 떤다.
가장 반가운 일은 해가 길어져 나무 밑에서 책을 읽기가 좋다는 것이다.
서둘러 샘물을 길어다 차를 끓여 마시면서 책을 읽어야겠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