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가슴으로 읽는 한시] 외로운 밤

bindol 2021. 2. 7. 09:58

獨夜

 

寒宵苦不寐 한소고불매
撫枕仍撫琴 무침잉무금
寂寂千村黑 적적천촌흑
寥寥萬壑沈 요요만학침
星臨蓬戶動 성림봉호동
雲宿玉溪深 운숙옥계심
簷角金鷄叫 첨각금계규
淸愁鬢上侵 청수빈상침

 

외로운 밤

 

추운 밤 잠 한숨 자지 못하고
베개를 더듬다 거문고를 타본다.
적막해라 일천 마을은 캄캄하고
쓸쓸해라 일만 골짜기는 침침하다.
별들이 쏟아져 집집마다 반짝이고
구름이 잠들어 골골마다 잠겨 있다.
처마 모서리에 새벽닭 울고
귀밑에는 수심의 백발이 돋아났다.


시골에서 생애를 보낸 玉潭이응희(李應禧·1579∼1651)의 시다.

 

날씨가 추워진 밤, 잠이 좀처럼 오지 않는다.
베개도 바꿔보고 거문고도 잡아보고 애써본들 소용이 없다.
차라리 문밖을 나가 멀리 둘러보았다.

 

적막이 내려앉은 마을과 사방의 산골짜기에는 짙은 어둠이 깔려 있다.
하늘의 별들만이 움직여서 집집이 지붕에 별빛이 쏟아져 일렁이게 한다.
구름도 잠에 깊이 빠져 골짜기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어둠에 묻혀 있다.
천지에 잠들지 못한 사물은 나밖에 없다.

 

다시 방에 들어가 잠을 청해보지만 처마 끝에서
새벽닭이 울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마도 귀밑머리에는 백발 몇 가닥이 돋아났을 게다.
부질없는 걱정으로 밤을 외롭게 지새운 보람이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