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가슴으로 읽는 한시] 내 자랑

bindol 2021. 2. 7. 09:45


自矜

 

靈長一麓是吾鄕 영장일록시오향
獨擅豪華五十霜 독천호화오십상
噴壑瀑流臧鼓吹 분학폭류장고취
繞林禽韻奏笙簧 요림금운주생황
春山妓女花鈿擁 춘산기녀화전옹
秋葉綺軒錦幕張 추엽기헌금막장
莫道書生骨相薄 막도서생골상박
自矜淸福享無疆 자긍청복향무강


내 자랑

 

영장산 한 자락이 내가 사는 마을인데
오십 평생 내 맘대로 호화롭게 즐겼어라
산골에 뿜는 폭포수는 웅장한 대취타요
숲을 에워싼 새소리는 생황의 연주일세
봄 산은 기생인 양 꽃 비녀를 꽂았고
가을 잎은 멋진 누각에 비단 장막 펼쳤구나
서생의 관상이 박복하다 말도 꺼내지 마라
한량없는 청복을 누려 내가 봐도 자랑스럽다


順庵 안정복(安鼎福·1712∼1791)은 성남시 분당의 영장산 아래에 살았다.

50 평생을 한적한 산 밑에 살면서 자기만큼 호사를 누리며 산 사람 없다며
허세 가득한 자랑을 늘어놓았다.
골짜기로 뿜어대는 폭포수는 웅장한 대취타(大吹打)와 다름없고,
숲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는 고상한 생황 연주 그 자체다.

봄철 산은 꽃 비녀를 꽂은 아름다운 기생이고,
단풍에 물든 가을 산은 화려한 난간에 펼쳐놓은 비단 장막이다.
서울 사는 고관들이나 부자들은 큰 잔치에서 멋진 음악 듣거나
화려한 저택에서 기생 끼고 놀지만 그들보다 내가 못할 게 하나 없다.

박복하게 생겨 벼슬 한자리 못 하고 촌구석에 처박혀 산다고 비꼬지 마라!
청복을 마음껏 누리는 내가 나는 정말 자랑스럽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