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29] 중국에 몰려오는 태평양風
입력 2021.03.05 03:00 | 수정 2021.03.05 03:00
/일러스트=김성규
“모든 것 다 갖췄으나 그저 동풍만 빠졌다(萬事俱備, 只欠東風).” 적벽대전(赤壁大戰)을 앞두고 화공(火攻)을 펼치려던 제갈량(諸葛亮)이 쓴 글이다. 그가 결국 동풍을 불러들여 조조(曹操)의 대군을 꺾는다는 설정은 소설의 허구지만 유명하다.
여기서 ‘동풍’의 뜻은 동쪽에서 부는 바람이다. 그러나 일차적 새김 외에 일이나 사업 등을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의미가 덧붙는다. 그만큼 중국인에게 ‘바람’이라는 존재는 기압 차이로 생기는 기상(氣象) 외의 색다른 의미가 있다.
무엇인가 조만간에 닥칠 상황의 조짐이나 소식, 정보 등의 속뜻을 지녔기 때문이다. 때로는 그를 아예 기회(機會) 또는 위기(危機)로 읽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바람’ 앞의 중국인은 늘 신중해지려고 애를 쓴다.
중국어에는 ‘바람을 잡다’라는 뜻의 ‘파풍(把風)’과 그 반대 의미의 ‘방풍(放風)’이라는 단어가 있다. 바람을 쥐락펴락한다는 얘기다. 앞은 닥칠 상황의 조짐 등을 미리 파악해 대비한다는 의미다. 뒤의 ‘방풍’은 소식을 미리 퍼뜨려 제가 기대하는 목적을 이루는 행위다.
바람의 세기와 방향을 끈질기게 살피려는 습성은 망풍(望風), 관풍(觀風)이라는 말을 낳았다. 입에서 흘러나오는 정보는 구풍(口風)이다. 함부로 속내를 흘리면 노풍(露風)이나 주풍(走風)이라고 적어 경계한다.
그런 바람을 보면서 배의 키를 다루는 일은 성어로 견풍사타(見風使舵)다. 조짐 등을 미리 읽고 따져 유리한 방향을 잡는 행위다. 자만 등에 빠져 외려 곤경을 부를 때는 ‘나무가 크면 바람 맞는다’는 뜻의 수대초풍(樹大招風)이다.
바람이 전하는 메시지에 민감한 중국의 공산당은 늘 섣불리 행동에 나서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이미 한껏 키운 ‘나무’에는 요즘 센 바람이 몰려들고 있다. 태평양 건너편에서 미국이 불어대는 견제의 폭풍이다. 둘 사이 긴장감이 퍽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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