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30] “회의 많이 하면 공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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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3.12 03:00 | 수정 2021.03.12 03:00
마스크 안 쓴 시진핑 시진핑(맨 앞줄)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국민당은 세금이 많고, 공산당은 회의가 많다(國民黨稅多, 共産黨會多)”는 말이 한때 중국에서 유행했다. 그래서 “회의하자”고 하면 “너, 공산당이지?” 하는 우스개 질문이 나오기도 한다. 공산당이 이끄는 중국에서 회의는 이제 어엿한 ‘문화 현상’이다.
사람들 모여 사는 어느 사회를 불문하고 모여서 의견을 나누는 회의라는 형식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현대 중국의 회의 풍경은 퍽 독특하다. 큰 모임인 정식 대회(大會)를 앞두고 열리는 소회(小會)가 훨씬 중요하다는 점이 우선 그렇다.
대개는 이 소회에서 중요한 결정을 모두 내린다. 대회는 그저 거수기(擧手機)의 집합에 불과하다. 앞서 열린 소회에서 결의한 내용은 대회에 참석한 군중의 맥없는 추인(追認)만을 거친다.
소회는 따라서 ‘사전 회의’ ‘회전회(會前會)’ ‘지도자 구수(鳩首)회의’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른다. 여기서 미리 결정한 내용을 충분한 논의 없이 추인만 할 뿐이어서 공산당 각급의 정식 회의는 늘 형식주의를 비켜 갈 수 없다.
지도부 결정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셈이어서 공산당 회의는 일종의 ‘세뇌(洗腦)’ 과정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공산당의 무수한 회의는 ‘학습(學習)’ ‘교육(敎育)’ ‘배양(培養)’ ‘사상강화(思想强化)’ 등의 다양한 명칭을 걸치지만 실제 내용은 ‘세뇌’다.
이로써 공산당은 고도의 집체주의(集體主義)를 이루지만 부작용이 심하다. 형식적 문서와 회의에만 의존해 실질적 업무 추진을 회피하기 때문이다. ‘문서와 회의가 산과 바다를 이루다’라는 뜻의 문산회해(文山會海) 현상이다. 심각한 관료주의와 형식주의다.
국가 차원의 최고 회의인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사진)가 폐막했다. 토의를 통한 절충보다는 지침 하달과 이행이 목적인 중국 회의의 전통이 매년 3월 열리는 이 모임에서 얼마나 나아지고 있는지는 그래서 늘 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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