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열전

[이한우의 간신열전] [74] 아첨 좋아하는 ‘소인型’ 임금

bindol 2021. 3. 10. 04:46

[이한우의 간신열전] [74] 아첨 좋아하는 ‘소인型’ 임금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1.03.10 03:00 | 수정 2021.03.10 03:00

 

 

공자는 간신(奸臣)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영신(佞臣)이라는 말을 주로 썼다. 말재간이나 부리는 신하를 가리킨다. 공자는 그래서 “말재간이나 부리는 신하는 나라의 도리를 위태롭게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시대 어명(御命)보다 더 ‘존엄’한 이 정부의 대통령 지시 때문인지 이 정부 장관들의 발언은 여러모로 말재간에 가깝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몇몇 부처에서 문제점을 지적했고 거기에는 국토부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의 지적은 여론조사가 보여주듯이 국민들의 상식과 가까웠다. 그럼에도 국토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의 질책을 받자 “국토부가 신공항 반대한 것처럼 비쳐 송구스럽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속으로는 “송구스럽다”가 아니라 “황송하옵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를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이 민망할 정도다.

일반적으로 군자와 소인은 대체로 양신(良臣)과 영신(佞臣)의 구분이다. 그런데 공자의 말 중에 임금을 ‘군자형 임금’과 ‘소인형 임금’으로 나눠 본 것이 분명한 구절이 하나 있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군자는 섬기기는 쉽고 기쁘게 하기는 어렵다. 도리가 아닌 것으로 기쁘게 해봤자 기뻐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인은 섬기기는 어렵고 기쁘게 하기는 쉽다. 도리가 아닌 것으로 기쁘게 해도 기뻐하기 때문이다.”

군자다운 임금을 섬기기 쉬운 까닭은 두루 품어주기 때문이요 소인 같은 임금을 섬기기 어려운 까닭은 자기 패거리가 아니면 섬길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군자다운 임금은 도리에 입각한 말과 행위를 기뻐하기 때문에 기쁘게 하기가 어려운 것이요, 소인 같은 임금은 아첨이나 뇌물로 기쁘게 해도 기뻐하기 때문에 기쁘게 하기가 쉬운 것이다. 이건 누가 보아도 그냥 군자/소인이 아니라 군자형 임금/소인형 임금이다. 4년 내내 ‘내로남불’의 원칙을 고수하는 지금 우리의 ‘임금’은 뇌물은 모르겠지만 아첨을 좋아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내각 명단만 보아도 이 점은 분명하다.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