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열전

[이한우의 간신열전] [75] 임금을 섬기는 도리

bindol 2021. 3. 17. 07:07

[이한우의 간신열전] [75] 임금을 섬기는 도리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1.03.17 03:00 | 수정 2021.03.17 03:00

 

 

벼슬길에 나아가서는 임금에 대한 충성을 다할 것을 생각하고 물러나서는 임금의 허물을 보완할 것을 생각하는 것[進思盡忠 退思補過], 이것이 예로부터 임금을 제대로 섬기는 도리다. 원래 이 말은 춘추시대 때 진(晉)나라 장군 순림보(荀林父)라는 사람이 보여준 신하로서의 처신(處身)을 표현한 것인데 그 후에 한나라 유학자 유향(劉向)의 책 ‘설원(說苑)’에도 실리고 송나라 때 편찬된 ‘소학(小學)’에도 실렸다.

이를 잘 살피면 신하의 도리를 벗어난 자들의 실상을 자세하게 살필 수 있다. 진충(盡忠)이란 신하가 주군을 위해 스스로를 낮추고 주군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이 원칙은 봉건사회건 현대사회건 모든 조직 사회에서 유효한 지침이다.

얼마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탁군’이 의전과는 상관없는 문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해서 논란을 만들어냈다. 탁군이 아직 ‘충(忠)’이 뭔지를 모르는 것 같은데 신하 자신에게 좋은 계책이 있으면 즉각 윗사람에게 들어가 아뢰고 밖에 나와서는 절대 자신이 한 것이라고 말해서는 안 되고 모든 것이 자기가 모시는 분이 한 것이라고 그 공을 돌리는 것이 바로 충(忠)이다. 더욱이 자기 마음대로 ‘대통령의 일’ 운운하며 분수 넘치게 떠벌리는 것은 그분께 누가 될 뿐이다.

 

물러난 조국 전 민정수석 출신 전 법무부장관의 처신은 더 가관이다. 추미애 전 장관과 더불어 ‘윤석열 신드롬’을 만들어내 자기네 정권을 휘청거리게 했다면 정상적인 사람의 경우 몸 둘 바를 모를 것이다. 그런데도 필자가 정확히 1년 전에 여기서 다뤘던 당나라 현종 때의 대간(大奸) 이임보(李林甫)에 대해 중국 역사가들이 평한 구밀복검(口蜜腹劍), 즉 입속에는 꿀을 머금었지만 배 속에는 칼을 품고 있다는 말을 끄집어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내던졌다. 그가 민정수석이었던 시절 윤석열은 검찰총장에 올랐다. 그가 당시 윤석열을 총장으로 추천했건 반대했건 관계없이 모두 그의 책임이다. 대통령의 허물을 보완해주기는 바라지도 않는다. 당신의 폐구(閉口)가 전 보스를 위한 보과(補過)다.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