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76] 임금도 눈치를 본 ‘權奸’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1.03.24 03:00 | 수정 2021.03.24 03:00
이야기나누는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
김안로(金安老), 조선의 대표적 권간(權奸)이다. 권간이란 실권을 장악하고 뒤에서 임금까지 뒤흔드는 인물을 뜻한다. 원래 김안로는 사림 출신이다. 오늘날로 치자면 ‘운동권’ 출신인 셈이다. 조선 중종 때 조광조가 몰락하는 것을 보면서 김안로는 더 이상 사림이 아니라 권력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는 이조판서, 우의정, 좌의정에 오르며 권력의 실세가 된다. 이때부터 김안로는 당대의 인물들을 유배 보내거나 사약을 내려 죽였다. 중종도 그의 눈치를 봐야 할 지경이 된 것이다.
조선 역사를 돌아보면 이런 권간으로는 성종 때의 한명회(韓明澮)나 광해군 때의 이이첨(李爾瞻), 철종 때의 안동 김씨, 고종 때의 여흥 민씨 정도다. 이들을 권간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딱 하나, 임금의 권력을 우습게 알고 그 위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역사가 시작되고 권간이라 부를 만한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역대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을 넘어서는 신하를 쉽사리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굳이 찾는다면 노무현 대통령 때 형님 노건평, 이명박 대통령 때 형님 이상득,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때 최순실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다 사법 처리 대상이 됐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의 ‘권간’은 한두 사람이 아니다. 잊을 만하면 대한민국의 법치를 뒤흔들며 등장하는 ‘한명숙’도 사실 권간이 아니고서야 어찌 저런 정도로 무리수를 둘 수 있으랴! 그러나 역시 노골적인 ‘권간’으로 이해찬만 한 인물은 없을 것이다. 총리에 당대표까지 지낸 사람이 초조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어느 유튜브 방송에 나와 LH 사태를 언급하면서 “위는 맑아지기 시작했는데 아직 바닥에 가면 잘못된 관행이 많이 남아 있다”며 “그런 것까지 고치려면 재집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벌써 우리 동네 여당 플래카드에 그 논리가 등장했다. “부동산 투기꾼은 절대 어떠한 공직도 맡을 수 없도록 만들겠습니다.” 처음에는 야당이 내건 줄 알았다. ‘상왕’ 이해찬의 힘이다. 하긴 중종도 김안로가 그렇게 설쳤건만 아무 말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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