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밤에 앉아(夜坐)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밤에 앉아(夜坐)
칠순이 바짝 다가와 마음은 조급한데
오막살이 신세로서 곤궁함을 견디네.
시든 풀로 허기 때우니 명마는 과거가 그립고
빈 숲에 살자 하니 학은 가을바람에 울적하네.
시름이 찾아오면 누룩 짜서 석 잔 들이켜고
병든 뒤에는 굴원의 "이소"를 한바탕 읊조린다.
백발이래도 나라 걱정은 놓지 못하노니
밤 깊어 사위어가는 등잔불이 붉은 마음 비추네.
七旬將滿意悤悤(칠순장만의총총)
身世蓬廬耐苦窮(신세봉려내고궁)
敗草驪飢懷往日(패초려기회왕일)
虛林鶴棲感秋風(허림학서감추풍)
愁來頓遜仍三酌(수래돈손잉삼작)
病後離騷又一通(병후이소우일통)
白首猶爲民國慮(백수유위민국려)
夜闌殘燭照心紅(야란잔촉조심홍)
순조 시대의 시인 묵소(默所) 심헌지(沈獻之)가 일흔을 앞두고서 착잡해진 심경을 썼다. 촛불 앞에 혼자 앉아 있었더니 이런저런 상념이 밀려온다. 칠순 노인이 되었건만 이룬 것 하나 없이 오두막을 지키는 신세다. 허기를 때우고 나니 호의호식하던 옛날이 그립고, 쓸쓸히 홀로 있자니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마음을 울적하게 한다. 기세 좋던 명마와 기품 있던 학이 늙고 나니 볼품없는 꼴이다. 술을 꺼내 몇 잔 들이켠 다음 밀려난 사람의 심경을 담은 노래를 불러 본다. 제 주제가 형편없이 된 것은 생각 않고 웬 나라 걱정은 쓸데없이 그리 많은지, 빨갛게 타는 등잔불 심지를 보니 헛웃음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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