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마포에 노닐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마포에 노닐다
사람도 물건도 번화하여
곳곳마다 차이가 없고
이 편 저 편 언덕에는
누대가 찬란하구나.
고운 모래밭 펼쳐진 남북 강변으로
구름이 다가와 누가 더 흰가 다투고
꽃담으로 둘러싸인 일천 채 주택엔
햇살이 쪼여 누가 더 붉은지 겨룬다.
대지를 채우며 인파가 몰려
흘린 땀이 비를 뿌릴 지경이고
술기운은 하늘을 데워
그 열기로 무지개가 뜨려 한다.
오늘에야 처음으로
높이 올라 바라보니
내 평생 다녀본 중에는
이곳이 가장 으뜸이더라.
游西湖
民物繁華處處同(민물번화처처동)
樓臺照耀水西東(누대조요수서동)
瓊沙兩岸雲爭白(경사양안운쟁백)
繡壁千家日鬪紅(수벽천가일투홍)
拍地人烟烝欲雨(박지인연증욕우)
薰天酒氣暖噓虹(훈천주기난허홍)
今朝始放登高目(금조시방등고목)
經歷平生此最雄(경력평생차최웅)
지평에 살았던 문인 수산(睡山) 이우신(李友信·1762~1822)이 한양의 마포를 구경하였다. 농염한 시를 즐겨 썼던 수산은 당시에 크게 번화했던 마포를 보고 놀라워했다. 마포는 곳곳이 인파로 넘치고 온갖 물품이 쌓여 있다. 강변에는 멋진 누대가 강물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흰 모래사장은 멋지게 펼쳐져 있다. 단청을 칠한 고급 주택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 거리를 메운 사람들이 흘린 땀으로 비가 뿌릴 것만 같고, 지천으로 널린 술집에서 풍겨나는 술 냄새가 진동하여 무지개라도 뜰 것 같다. 전국 어디를 가도 이렇게 활력이 넘치는 곳은 본 적이 없다. 정조 말년 경제의 중심지 마포가 시인의 눈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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