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꽃을 보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꽃을 보다
세상 사람 꽃의 빛깔을 볼 때
나는 홀로 꽃의 기운을 본다.
그 기운 천지에 가득 찰 때면
나도 또한 한 송이 꽃이 된다.
看花
世人看花色(세인간화색)
吾獨看花氣(오독간화기)
此氣滿天地(차기만천지)
吾亦一花卉(오역일화훼)
순조의 외조부 금석(錦石) 박준원(朴準源·1739~1807)이 지었다. 봄이 한창이라 세상이 온통 꽃으로 뒤덮였다. 어디를 보든 찬란한 색채를 뽐내며 꽃이 피어 있다. 색채의 향연에 몸도 마음도 들떠 꽃구경에 나선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나는 눈을 매혹시키는 찬란한 색채의 뒤를 보고 있다. 꽃을 피워내는 기운이다. 꽃의 기운이 천지를 가득 채우는 시절이 되면 꽃만이 꽃이 아니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꽃이다. 화려한 꽃의 빛깔이 없어도 좋다. 한 사람 한 사람 다 이 세계의 꽃이다. 주객(主客)이 없다. 천지에 꽃 기운이 한창이다. 나도 또한 한 송이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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