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우연히 읊다
안대회·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우연히 읊다
바른 선비 사랑하는 사람들 태도는
범 가죽을 좋아함과 정말 똑같다.
살아서는 죽이려고 대들다가도
죽은 뒤에 아름답다 모두들 칭송하네.
偶吟(우음)
人之愛正士(인지애정사)
愛虎皮相似(애호피상사)
生前欲殺之(생전욕살지)
死後皆稱美(사후개칭미)
―조식(曺植·1501~1572)
조선 중기의 큰 유학자 남명(南冥) 조식의 시다. 제목을 보면, 가볍게 지은 시처럼 보이지만 세태를 준엄하게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 사람들의 일반적인 의식 구조를 꼬집은 말이면서도 구체적인 사건을 염두에 둔 말로 보이기도 한다. 올바르고 훌륭한 인물을 누구나 사랑하고 존경할 듯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가 살아있을 때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를 깎아내리고 힘을 쓰지 못하게 만든다. 그가 죽으면 그때야 "훌륭한 인물인데 아깝게도 죽었다!"며 아까워한다. 호랑이가 살아있으면 내 목숨을 앗아갈까 두렵듯이 뛰어나고 올바른 인물은 나의 비속한 생존에 큰 방해물이 될까 두렵다. 호랑이는 가죽이 너무 좋아서 죽임을 당한다. 진정으로 훌륭한 인물은 이 속된 세상에서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것, 그것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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