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78] “그렇게 하고도 무너짐이 없겠는가”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1.04.07 03:00 | 수정 2021.04.07 03:00
후한(後漢)의 학자 왕부(王符)는 책 ‘잠부론(潛夫論)’에서 춘추시대 현자(賢者) 정나라 자산(子産)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시작한다.
“칼을 제대로 잡을 줄도 모르는 자로 하여금 베라고 하며 스스로 많은 상처를 입을 뿐이다[未能操刀而使之割(미능조도이사지할) 其傷實多(기상실다)].”
이 때문에 세상의 군주들은 귀척(貴戚)에 대해 그들의 알랑거리고 아첨하는 모습만을 좋아해 그들의 재능은 헤아려 보지도 않은 채 관직을 내린다.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공적을 세워 백성이 추대하게 하지는 않으면서 구차스럽게 그 작위만 높여준다. 그리고 그 내려주는 상(賞)만을 높이다 아래 백성에게는 원망만 사고 악한 죄는 더욱 매달아 허물만을 쌓게 한다. 그렇게 하고도 어찌 무너짐이 없겠는가? 이것이 이른바 “그대가 그를 사랑하는 것이 오히려 그를 상하게 하는 것이다”라는 것이다.
이 글의 ‘귀척’을 지금의 ’586 귀족 진보'로만 바꾸면 단 한 글자도 바꾸지 않고 고스란히 2021년 4월의 우리네 실상에 적용된다.
그나마 ‘사람이 먼저’라고 외쳐대는 저 진영에도 사람이 다 없어지지는 않았나 보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대표적인 ‘친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모처럼 바른 소리를 했다. 민심의 분노에 대해 “LH 사건은 트리거(방아쇠)일 뿐 오래 쌓인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우리 편의 부도덕에는 눈감다가 상대의 거짓말을 비난한다고 그게 중도층에 먹히겠느냐”고 말했다.
조국, 추미애, 변창흠, 김상조 등은 누가 보아도 칼을 제대로 잡을 줄 모르는 자들이다. 그런 그들에게 칼을 쥐어주니 마구 칼춤을 추다가 자기만 다쳤다. 어디 그뿐인가? 백성들의 마음도 마구 후벼 팠다. 민심은 하늘이라 했고 하늘의 마음은 일정하지 않아 어질지 못하면 그 사람은 버리고 어진 사람 쪽으로 옮겨간다고 했다. 왕부의 말이 마음에 붙어[着心(착심)] 떠날 줄을 모른다.
“그렇게 하고도 어찌 무너짐이 없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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