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世說新語] [618] 신진대사(新陳代謝)
입력 2021.04.15 03:00 | 수정 2021.04.15 03:00
신진대사(新陳代謝)의 ‘진(陳)’은 해묵어 진부(陳腐)하다는 뜻이다. 신(新)은 ‘renewal’로, 신진은 진부한 묵은 것을 새것으로 바꾼다는 의미다. 사(謝)는 ‘시들다’ ‘떨어진다’이고, 대(代)는 ‘replace’이니, 대사는 시든 것을 싱싱한 것과 대체한다는 뜻이다. 묵은 것을 새것과 교체하고, 시든 것을 신선한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 신진대사다.
신체는 신진대사가 원활해야 건강하고, 조직은 신진대사가 순조로워야 잘 돌아간다. 묵은 것이 굳어 피가 도는 길을 막으면 혈전이 된다. 막히다 어느 순간 터지면 큰일 난다. 낡은 사고로 자리만 차지해 호령하면, 그 조직은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 자꾸 막히는데 이제껏 문제 없었으니 앞으로도 괜찮겠지 하다가는 한순간에 훅 간다. 신체건 조직이건 핵심은 잘 흘러가는 소통 상태를 유지하는 데 있다.
그러자면 바꿀 것은 제때 바꾸고, 바꿔서 안 될 것은 손대지 말아야 한다. 무작정 새것만 좋을 수 없고, 해묵은 옛것을 덮어놓고 홀대해도 안 된다. 변화가 꼭 필요하지만 반대로 하면 망한다. 바꿀 것은 안 바꾸고, 지켜야 할 것을 바꾸면 열심히 바꿀수록 비극이다.
이색(李穡·1328~1396)은 “신진대사 중지시키기 어렵거니, 평생에 솔 잣나무 사모하였네(代謝難中止, 平生慕後凋)”라고 노래했다. 신진대사를 멈추지 않아 날씨가 추워진 뒤에도 시들지 않는 소나무 잣나무의 변함없는 자태를 사모한다는 말이다. 모든 변치 않음이란 끊임없는 변화 상태를 유지한 결과일 뿐이다. 신흠(申欽·1566~1628)도 시 ‘백상루(百祥樓)’에서 “인간 세상 신진대사 이루기가 어려운데, 산하는 혼자서 흥망성쇠 지켜봤네(人世不堪成代謝, 山河空自閱興亡)”라 했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친다. 세상은 늘 변화할 타이밍을 놓쳐 고단하고, 산하는 순환의 질서를 따르기에 언제나 장구하다. 장자(莊子)는 ‘각의(刻意)’에서 “날숨 불고 들숨 마셔, 묵은 것을 토해내고 새것을 들이마신다(吹呴呼吸, 吐故納新)”고 했다. 숨이 안 가쁘려면 들숨과 날숨의 조절이 필요하다. 신구(新舊)의 교체가 매끄럽게 이뤄져야 피부에 윤기가 흐르고, 조직에 활기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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