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11> 구궁과 구성 ; 아홉 숫자로 보는 점

bindol 2021. 4. 29. 04:35

사람 몸에는 구멍이 몇 개 있나? 인간을 비롯한 대개의 척추동물은 9개의 구멍(九竅·구규)으로 인지하고 수용하며 흡입하고 배출하며 산다. 눈 2 + 귀 2 + 코 2 + 입 1 + 항문 1 + 요도 1 = 9. 구(九)는 한 자리 기본수 중에서 가장 큰 수로 넓은 소통을 상징하는 수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미래와 소통하는 수이기도 하다. 9를 가지고 미래를 예측하는 점술이 아홉 개 별들로 하는 구성학(九星學)이다. 이 구성학은 아홉 개 집들의 그림인 구궁도(九宮圖)를 그려 점을 친다.

구궁도는 하나라 우임금이 낙하(洛河)에 살던 거북 등껍질에 그려진 낙서(洛書) 점들의 개수에 따라 그린다. 낙서의 점들 수와 구궁도의 수는 딱 일치한다. 그래서 바로 전 510번 글의 선천팔괘와 비교하여 이 511번 글의 후천팔괘 각각의 숫자가 뜻하는 상의(象意)는 같으나 그 배치가 다르며 순서가 다르다. 선천팔괘에선 ①건 ②태 ③리 ④진 ⑤손 ⑥감 ⑦간 ⑧곤이다. 하지만 후천팔괘에선 ①감 ②곤 ③진 ④손 ⑥건 ⑦태 ⑧간 ⑨리다. 이에 따른 구궁도에선 팔괘에 없는 중(中)이 가운데 놓여 ⑤중이다.

선천팔괘가 자연의 순리적 모양이라면, 후천팔괘는 길흉화복이 요동치는 인간사에서 성공과 승리를 꾀하는 전략적 모양새다. ①감은 곤란궁 ②곤은 취업궁 ③진은 시작궁 ④손은 사업궁 ⑥건은 합격궁 ⑦태는 금전궁 ⑧간은 변화궁 ⑨리는 문서계약궁, 가운데 ⑤중은 꽉막힌 사면초가궁이다. 이 아홉 궁에 어느 개인의 별에서 도출한 아홉 개 숫자가 각각 어느 궁으로 날아 들어가는지 따져서 그의 미래 길흉화복을 헤아려 예측하는 것이 구성학이다. 사주명리학에선 태어난 연월일시의 팔자(八字)에 따라 점을 치지만 구성학에선 태어난 연월과 질문한 연월일시에 따라 점을 친다. 이를 위해 10간12지, 5행, 24절기까지 따지며 정교하고 치밀한 체계적 수리학(數理學)이 총동원된다. 그리하여 어느 궁에서 내 어리석은 자충수에 따른 오황(五黃)살, 컴컴한 밤에 칼 맞는 암검(暗劍)살, 판이 깨지는 파(破)살 등의 흉한 살이 끼는지, 어느 궁들끼리 삼합(三合)이 되어 길할지 운세를 추명(追命)한다.

구성학 점술의 예측을 믿을 수 있을까? 그 창시자인 중국 송나라 때 소강절(邵康節 1011~1077)은 두 마리 참새가 매화나무에서 싸우다 떨어지는 걸 보고 내일 저녁 몇시에 꽃을 꺾은 여자가 넘어질 거라고 정확히 예측했단다. 이로부터 유래한 매화역수(梅花易數)도 팔괘의 수가 뜻하는 모양을 보고 예측하는 상수학(象數學)이자 수리역학(數理易學), 수리기학(數理氣學)이다. 소강절은 장가든 첫날밤에 숫자로 점을 쳐서 9대째 후손에게 흉한 화가 미칠 것을 예측하여 쪽지를 물려주어 9대손을 구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그럴 듯한 재미는 있다. 앞날이 어찌 될지 막막한 인간한테는 가느다란 의미도 있다. 그렇다고 이러한 점술을 맹신하는 건 곤란하겠다. 다만 나약한 인간이기에 무조건 무시하기도 그렇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